고려아연·영풍 '집중투표제' 갈등...소액주주연대는 '훌륭한 선택'

영풍·MBK, 집중투표제 방식 이사 선임 의안 가처분신청
고려아연 "법적·절차적으로 문제 없어"
소액주주연대 "우리 자본시장이 바뀌는 단초"

박소연 승인 2024.12.31 14:50 의견 0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집중투표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선언한 고려아연 측에 지지를 보내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내달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2호 및 제3호 의안 상정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주주인 유미개발은 지난 10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안했다. 동시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청구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임시 주총을 소집하며, 유미개발의 주주 제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1-1호 의안으로 상정했다.

아울러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1-2호 의안으로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두 가지 안건의 가결 여부에 따라 2∼5호 의안을 결정했다. 예를 들어, 1-1호 의안이 가결되면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하되, 1-2호 의안의 가결 여부에 따라 선임할 이사의 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영풍·MBK는 1-1호 가결을 전제로 한 2호와 3호 의안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진=고려아연]

영풍·MBK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법 제382조의2에 따른 적법한 집중투표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을 침해한 점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집중투표 청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유미개발을 동원해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의 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이례적으로 이사 후보 추천이 없는 집중투표 청구만을 하게 했다. 이후 고려아연 측이 이사 후보를 추천해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함으로써 MBK 컨소시엄의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 주주 제안 마감일에 임박해 기습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의 건 주주 제안 및 집중투표 청구를 했다. 이로 인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일반 주주들에게 차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집중투표제는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적법한 행위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 모두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장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다”라며 “이는 대법원 판례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연대는 고려아연 측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이 꺼내든 집중투표제 카드는 매우 훌륭한 선택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헤이홀더는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며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했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그토록 주장했던 사항들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한쪽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의도를 떠나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변화는 우리 자본시장이 바뀌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헤이홀더는 “시대의 흐름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윤범 회장과 MBK·영풍 측 모두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길은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뿐이라는 점을 깨달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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