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개정 VS 상법개정...주요 차이점은?

與,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예정
상장사 한해 주요 4개 행위 규제
野 “땜질식 처방…근본적 문제해결 못 해”
참여연대 “고도화된 편법 방지 대책 없어”

김나경 승인 2024.12.03 16:27 의견 0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와 여당이 상장사의 주요 4가지 행위에 한정해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일반법인 전체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의 대안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만으로도 주주보호가 충분하며 비상장법인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여러 단체는 대원칙 없는 핀셋 규제로 또 다른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 비판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금융감독원은 전날(2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여당과 추가 협의 후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입법으로 이번 주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법인에 한해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등의 결정을 한 경우 이사회가 결정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공시하도록 한다.

또한 기존 계열사 간 합병에서 가액 산정기준을 주가(시가)로만 산출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주식가격과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 가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바꾼다. 이와 관련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와 공시도 의무화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의 경우 기업이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20% 내에서 우선배정을 선택할 수도 있도록 한다. 쪼개기 상장에서 거래소가 기업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도 기존 5년에서 무기한으로 변경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야당이 제안한 상법개정안의 대체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이다.

기존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해, 일반 주식회사 103만 개 기업의 이사회 결정 전반에 적용되는 점이 골자다.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464개 상장사에 한정해, 주요 4가지 행위에만 적용되는 ‘핀셋 규제’ 방식을 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간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했다고 하는 케이스들은 모두 재무적 거래 부분이었다”며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하고, 상법 개정으로 모든 다수 회사, 상장법인이 아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개 단체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경제계는 일반주주의 피해 방지와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된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업 이사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 행동규범 법제화 등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야당과 여러 단체는 땜질식 핀셋 규제는 실효성이 작다고 비판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전체 주주로 확대되는 대원칙 없이는, 핀셋 규제를 피하기 위한 고도화된 편법만 등장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주당 ‘국장 부활 태스크포스(TF)’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합병 비율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시가 합병을 규정하자 시가에 영향을 주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하고,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지원행위를 금지하니 현저히 유리하지는 않지만 물량을 많이 지원하는 일감몰아주기가 나오고, 일반회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니 투자회사를 통한 지원이 나타났다”며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모두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원칙 없이 기술적으로 그때 그때 절차적으로, 행정적으로만 금지하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전체 주주를 위한’ 대원칙 없이는 어떠한 법령상 절차도 악용되고 우회될 수 있다는 점을 통렬하게 깨닫고 나온 것이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명시”라며 “원칙이 추상적이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대원칙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은 의아하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허풍에 불과했다”며 “당장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나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무상증여 등의 사례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 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도화되는 갖은 편법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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