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트럼프의 반PC주의와 우리 기업의 ESG

PC주의의 과잉이 가져온 트럼프의 귀환
지나치면 독이 된다...ESG 경영의 딜레마
균형을 잃지 않은 지속가능성만이 답이다

주주칼럼 승인 2024.11.13 15:18 | 최종 수정 2024.11.13 15:25 의견 0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점은 2014년 무렵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초선 대통령에 도전하기 직전이다. 미투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젠더 이슈가 대중 담론의 핵심 주제로 부상하며 PC주의가 미국 사회를 휘감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PC주의가 정점을 찍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PC주의 옹호자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쪽에서는 PC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다른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는 반발이 동시에 나타났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PC주의는 다시 진보적 가치와 함께 강조됐지만, 동시에 과잉 적용에 대한 피로감도 급증했다. 소셜 미디어와 정치적 담론에서 PC주의가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억압한다는 비판이 점차 두드러지며 대중적 관심은 점차 줄어들었다.

2023년 디즈니가 제작한 실사판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에리얼 역으로 흑인 배우인 핼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는데 이는 인종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대중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오히려 할리우드 산업 전반에 걸쳐 PC를 지키려는 노력이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24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PC를 기치로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것은 특정 이념의 과도한 강조가 반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정치적 영역뿐 아니라 경제와 경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ESG 경영의 글로벌 변화는 이러한 반작용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경영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이를 과도하게 추진하거나 규제화하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글로벌 ESG 경영 환경의 변화는 국내 정책 방향의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3월 기후 공시 최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이 규정이 철회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ESG 규제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쓸모없는 규제"라고 비판해왔으며, 그의 정책 기조는 ESG 의무 공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 역시 국내 기업들에게 ESG 공시를 과도하게 요구하면 불필요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 본연의 역할과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재계에서도 ESG 경영에 올인하는 대신,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글로벌 흐름에 맞추면서도 현실적인 경영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 경영을 강조해 온 모 그룹의 관계자는 "AI의 시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와 있고 넷제로라든지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는 생각보다 더디게 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본원적 경쟁력이 ESG보다 중요할 수 없는 법이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도 고려하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보다 지역사회를 챙긴다거나,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이윤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CEO는 다수 주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PC주의의 퇴조와 트럼프의 귀환을 보며 든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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