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ESG평가서 모두 'S' 낙제...비재무 리스크↑

MSCI·한국ESG기준원, 4대 금융지주 ‘S’ 경고
지난해 H ELS 불완전 판매·금융사고 등 논란
비재무 리스크에 주가도 출렁

김나경 승인 2025.01.03 19:49 의견 0
(사진=KB금융)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 하나금융, 우리금융)가 2024 ESG 평가 내 S(사회) 영역에서 나란히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홍콩 H 지수 ELS 불완전 판매와 금융사고 등 논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ESG와 같은 비재무 리스크가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2024 ESG 등급은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와 동일한 A등급을 받았다. 신한금융지주의 ESG등급은 A+로 유지됐다.

한국ESG평가기준원의 ESG등급분포는 S, A+, A, B+, B, C, D 7단계로 나뉜다.

4대 금융지주의 ESG등급은 모두 ‘S’(사회) 영역 리스크에서 발목을 잡혔다.

신한지주의 S영역 리스크 수준은 Hihg(높음)이었으며, 그 외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S 영역 리스크 정도도 Medium(중간)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는 세계적인 투자정보 제공기관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2024 ESG 평가 S 영역에서도 Y(yellow) 단계를 받았다.

MSCI는 논란 연루 정도에 따라 각 영역의 평가 단계를 사소~중간 정도 G(Green), 보통~심각 정도의 Y(Yellow), 최근 진행 중인 하나 이상의 심각한 구조적 논란 연루 정도인 O(Orange), 하나 이상의 매우 심각한 논란에 연루된 R(Red)로 나뉜다.

금융지주들의 S영역 평가등급이 낮은 것은, 지난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금융사고 논란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초 은행권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 이전,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판매를 유도했으며, ELS불완전 판매를 반복해 최대 수수료 이익을 달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8~2021년 1만~1만2000포인트 범위에서 박스권을 그리던 홍콩H지수는 이후 3년 동안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 초 5194포인트까지 반토막 났다. 이로 인해 2024년 상반기 홍콩H지수 ELS 만기 고객은 2조5000억~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해당 ELS 판매가 불완전 판매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상품의 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고객의 상품 인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11~12월 진행한 주요 12개사 홍콩 H지수 ELS 판매 실태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해당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ELS 상품 판매 확대 유도 등 전반적인 판매 관리체계상 문제점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 성과평가 등을 통해 무리한 판매를 유도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2023년 8월 기준 홍콩 H지수 ELS판매잔액은 총 20조5000억원이었다. 잔액은 KB국민은행(8조1972억원), 신한은행(2조3701억원), NH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우리은행(414억원) 순으로 컸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은행권 중 가장 큰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2021년 수수료 수익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1조587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사고도 빗발쳤다.

지난해 5대 은행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16건이었으며, 사고금액은 1392억원이다. KB국민은행의 금융사고 금액은 493억원(5건), 하나은행 70억원(1건), NH농협은행 450억원(6건), 우리은행 376억원(4건) 등이다.

비재무적 리스크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어난 지난해 초,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023년 12월 28일 5만4100원에서 지난해 1월22일 4만9300원으로 8.87% 하락했다. 신한지주 주가는 2023년 12월 28일 4만150원에서 지난해 1월 18일 3만6350원으로 9.46%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2023년 12월 28일 1만3000원에서 지난해 1월 4일 1만2470원으로 4.08% 내렸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만3400원에서 4만1350원으로 4.72%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논란이 일어난 지난해 8월에도 폭락했다.

해당 지주 주가는 지난해 7월 29일 1만6330원에서 같은 해 8월 5일 1만3980원으로 14.39% 하락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나 지배주주 일가의 비리 행위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큰 크림에서 S(사회) 부분에 리스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SG 리스크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기업 가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요즘에는 재무 리스크보다 비재무 리스크가 크게 작용한다”며 “기업의 주가나 실적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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