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참사에 예약 줄취소 제주항공...유동성 위기 오나
하루 동안 예약 취소 6만8000여건...일일 승객수 2배 수준
오는 3월까지 조건 없는 환불
선수금 2606억원...LCC 1위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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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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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기 예약 취소가 급증하면서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참사 발생일인 지난해 12월29일부터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무려 6만8000여건의 항공권 취소가 이뤄졌다.
이는 제주항공의 일일 승객 수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국내선에서 누계 총 2만7580편, 탑승객 494만여명, 국제선에서는 누계 총 4만7088편, 탑승객 741만여명을 운송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약 3만4000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6만8000여건의 항공권 취소는 일일 평균 탑승객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제주항공은 31일 이후 예약 취소 분의 추가 집계 상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첫날 공유한 예약 건수는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이었고 이후 취소건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했기 때문에, 예약 취소로 인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오는 3월 29일 이전에 출발하는 국내·국제선 전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 또한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면제한 상황이다. 제주항공 여객기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항공편 변경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운항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3월까지 운항량을 10~15% 감축할 예정이다. 따라서 일 평균 이용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측은 올해 1∼3월 운항량 감축 규모는 약 1900편이라고 밝혔다.
올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항공권 선수금은 2606억원이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로 2위인 티웨이항공(1843억원) 보다 40% 가량 많은 수준이다.
선수금은 항공권 예약 시 구매자가 미리 결제하는 금액을 말한다. 항공권 사용 전까지는 부채로 인식됐다가 사용한 후에는 매출로 전환된다. 항공사 입장에선 운영 자금을 미리 확보하면서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해왔다.
제주항공의 선수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보유 현금으로 환불해줘야 하는 만큼 유동성 악화가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은 재무적인 영역이고 내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동성 위기에 대해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참사 브리핑에서 "예약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확보한 현금도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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