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지주사 LG의 자회사 LG CNS가 예비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LG CNS가 상장되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되면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일 LG CNS에 대해 신규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결과, 적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4일 예심을 청구한 지 40영업일 만에 나온 결과다. LG CNS는 내달 초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월 수요 예측과 청약을 거쳐 내년 2월 초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간스탠리 등 3곳이며,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간 등이다.
업계에서는 LG CNS가 상장 후 약 5~7조 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3%와 20.3% 증가한 5조6053억원, 464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맥쿼리자산운용 PEF본부는 2020년 LG CNS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5년 이내 상장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상장 마감 기한은 2025년 4월이다.
LG CNS는 LG의 자회사로, 최대주주인 LG가 지분 49.95%를 보유하고 있다.
1987년에 설립된 LG CNS는 시스템 통합(SI) 기업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그룹 계열사에 SI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금융권 디지털 전환(DX), 클라우드,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국내 9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주요 자회사는 이미 상장돼 있다.
LG CNS가 상장되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모자회사 중복 상장은 기업 가치가 중복 계산되는 '더블 카운팅' 문제를 야기해 일반적으로 모회사 주가 하락을 초래한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중복 상장 관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LG는 지난달 22일 기업 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을 공시했다. LG는 △2027년 ROE 8~10% 달성 △2026년까지 자사주 전량 소각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60% 이상 배당 △중기(반기) 배당 실시 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밸류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LG의 모자회사 동시 상장은 주주 가치 훼손 우려로 인해 밸류업의 목표와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LG CNS는 중복 상장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 CNS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중복 상장이란, 하나의 회사에 있던 사업을 분리해 상장하는 것을 뜻한다. LG CNS는 지주회사에서 분리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회사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은 기존에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계산됐지만, 상장 이후에는 시가가 반영되므로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상장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역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 분할 후 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알짜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대체로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투자를 받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중복 상장하는 경우가 아닌)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 역시 기업 가치가 중복 계산되고, 모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켜 주주 가치를 상당히 훼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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