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K-라면 1위 농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때지만 식품주 1위인 CJ제일제당까지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실적 판도가 국내 식품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날 53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조528억원을 기록했다. 식품주 부동의 1위 CJ제일제당은 같은날 27만4000원에 종가 마감했다. 시총은 4조1248억원으로 삼양식품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 22일에는 양사의 시총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CJ제일제당의 종가 기준 시총은 4조8775억원, 삼양식품은 1조6271억원으로 세 배가량 차이 났으나, 1년 새 3배 격차를 추월한 셈이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의 시가총액을 추월한 지는 오래됐다. 삼양식품은 지난 5월 10일 종가 32만5500원, 시총 2조4520억원을 기록하면서 농심의 시총 2조4483억원을 처음 추월했다. 24일 기준 농심의 시총은 2조211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글로벌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6% 증가한 8102억원, 영업이익은 149.6% 급증한 169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 146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이미 반기 영업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반면 농심은 올 상반기 매출 1조733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6% 감소했다.
삼양식품과 농심의 매출 상승세 차이는 해외 매출 비중 차이에서 기인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76.6%에 달했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55% 증가한 62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라면 수출의 약 62%를 삼양식품이 점유했다.
그동안 삼양식품의 해외 실적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던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량이 확대되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농심의 해외 매출(해외법인+수출) 비중은 38.1%를 기록했다. 농심의 해외 매출액은 6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에 그쳤다.
내수 시장이 포화되면서 국내 라면 기업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은 2013년 처음으로 매출 2조원 벽을 돌파했지만, 이후 1조9000억원대를 오르내리며 정체 중인 상황이다.
반면 라면 수출액은 매년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9.6% 늘어난 9억380만달러(약 1조294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간 수출액(9억5240만달러)에 근접했다.
삼양식품은 내년 5월 밀양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2공장은 연간 6~7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삼양식품의 연간 생산량은 18억개로 2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량이 4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현재 미국 LA 1·2공장을 비롯해 중국 상해(라면), 심양(라면·스낵)에 공장을 두고 있다. 올 10월 초 부터 미국 제2공장에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가동을 시작해 중남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은 2021년 3885억원, 22년 6057억원, 23년 8093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에선 월마트, 코스트코에 입점을 완료했고 향후 주요 주류 거래처에 입점을 완료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에선 불닭 소스 및 기타 면류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농심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해외에 현지 공장이 없기 대문에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며 "상반기 기준 해외매출액 자체로는 농심이 삼양식품보다 소폭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심은 미국 제2공장에 신규라인을 추가로 가동하면서 해외매출이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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