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공개매수 주주가치 제고수단인가 주주 축출수단인가
고려아연 사태로 불거진 공개매수 적정가 논란
매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볼 필요도
정보 부족한 일반주주, 강압성에 매수 응하기도
주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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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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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의 지배권 경쟁에 쏠려 있었다.
MBK연합이 고려아연 지배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단행하자 최윤범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맞섰다. 그러자 MBK연합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고가 매입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두 차례 가처분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두 번 모두 최윤범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규모 지분을 취득할 때는 모든 주주에게 공평한 매도 기회를 주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매수할 수 있게 공개매수 방식을 통한다. 공개매수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공개매수 가격을 정해야 한다. 주주의 공개매수든 자사주 공개매수든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 공개매수 가격을 정할지는 자율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 가격 수준에 따라 법적인 함의는 달라진다.
주주들에게 이로운 적정한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주가 대비 어느 정도 높은 가격인지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내재가치 대비 적절한 수준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번 고려아연 가처분 건에서도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내재가치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가 쟁점 중 하나였다.
그럼 공개매수 가격이 내재가치에 근접해야 좋은 공개매수일까? 아니면 내재가치보다 낮아야 될까? 반대로 높아야 될까?
이는 그리 단순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우선 지분 100%를 사들이는 공개매수와 일부 지분만 사는 공개매수를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주주에 의한 공개매수와 회사 측에 의한 자사주 공개매수도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 주주는 일반주주를 의미한다.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는 일반주주들의 가치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럼 일반주주들 지분 100%를 사들여서 상장폐지를 하려는 공개매수의 경우에는 공개매수 가격이 내재가치와 같거나 높아야 일반주주들이 보호된다. 최근에도 내재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주주들은 반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일반주주 지분을 다 사들이는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주주가 지분 일부만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반면 지분 일부만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에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들과 응하지 않는 주주들 간의 입장이 달라진다.
자사주 매입은 내재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해야 남아있는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 반면에 낮은 가격에 주식을 자발적으로 팔고 나가는 주주들은 손해다. 반대로 내재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팔고 나가는 주주들에게는 이익이고 남아있는 주주들에게는 손해다. MBK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가격이 고가여서 회사 및 자신들에게 손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런 논리에 근거한다.
그런데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하면 주주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강압성’이라는 미국 회사법에서의 핵심 논제가 등장한다. 공개매수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낮더라도 다른 주주들이 응할지 응하지 않을지 여부를 알 수 없고, 응하지 않으면 내재가치보다는 낮지만 현재 주가 대비로는 프리미엄이 붙은 공개매수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가능성 등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강압적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가 공개매수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공개매수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강압성을 해소하려면 일반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과반 동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개매수가 주주가치 제고 수단인지 주주를 부당하게 축출하는 수단인지는 적정 내재가치에 대한 판단, 공개매수의 구조, 절차적 정당성, 정보의 충분한 공개 등에 달려있다.
이번 고려아연 지배권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공개매수와 주주가치에 대한 법리가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김형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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