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개편안 재추진…밥캣 지배력 2배 포기 못 해

개편안 성공하면 지주사 두산 실질지배력 13→31%
에너빌리티-로보틱스 합병비율 1대 0.031 상향
얼라인, 포괄적주식교환 비추진 공표 요구

김나경 승인 2024.10.22 17:41 의견 0

두산그룹이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개편안을 재추진한다. 해당 개편안으로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지배력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행동주의펀드는 개편 이후 포괄적주식교환 등으로 두산밥캣이 상장폐지 되지 않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개편 재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올 2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지배력은 13.9%에서 31.4%로 늘어난다. 지배구조개편이 끝나면 지주사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 지위가 기존 지분이 30.3%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에서 지분 68.1%에 이르는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 이사회는 사회적 논란을 의식하여 지난 7월 발표한 내용과 구조는 같지만 분할합병 비율을 상향 조정한 분할합병안을 발표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신설회사에 두산밥캣을 종속시킨 후, 신설회사와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그룹의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지게 된다.

합병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은 기존 1대 0.043에서 1대 0.031로 상향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기존 개편안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15주를 받는다면, 상향 조정된 합병비율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두산밥캣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주식교환을 재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공표 ▲주식매수청구권 예산 1조5000억원에 대한 특별배당계획 발표 ▲주주환원 정상화를 주요 내용으로하는 기업가치제고계획 연내 발표 ▲이사회 독립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과거 기존 개편안에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산밥캣과의 포괄적 주식교환 및 두산밥캣 상장폐지를 계획했었다.

통상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가 되는 폐쇄화 거래는 주주의 이익침해가 가장 심각한 경우로 인정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7월 두산밥캣과의 포괄적주식교환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하자 철회신고서를 공시했다.

두산밥캣 주식 100만3500주(발행주식총수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포괄적주식교환을 철회했으나, 얼라인파트너스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포괄적주식교환이 재추진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종속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주식교환 재추진 여부에 대해 두산밥캣이 아직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주식교환이 철회됐고, 기존의 설명과 달리 이익유보금을 주주환원에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식매수청구권 예정 규모로) 확인됐기 때문에,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2024년도 결산배당의 일부로 포함할 계획을 즉시 발표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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