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절차 악용·시장 교란"...MBK·영풍 공개 저격한 고려아연

긴급 기자회견서 가처분 등 입장 밝혀
"5.43% 주주·투자자, 89만원 두고 83만원에 주식 처분"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 경영 경험없어"
차입금 동원한 자사주 매입..."재무 악화 영향 없어"

박소연 승인 2024.10.22 15:53 의견 0

고려아연이 영풍·MBK의 지분 확보 과정이 시장 교란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여부·백기사 우호지분 표심·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관건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22일 서울 종로구 코라이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주 매수 관련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입장, 경영권 분쟁에 대한 향후 대응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법원은 지난 21일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먼저 공개매수가 끝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5.34%(110만5163주)로 영풍·MBK 연합 지분은 38.47%까지 늘어났다. 최 회장 일가(15.65%)와 우호세력(18.04%)의 지분을 합한 34.05%보다 약 4.42% 많은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영풍·MBK의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해 "소송 절차를 악용하고 시장 교란 행위를 반복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은 추석연휴 시작 직전인 9월 13일 금요일 공개매수를 시작해 바로 이어진 추석 연휴와 여러 공휴일, 주말 등을 제외하면 영업일 기준 11일만 남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대응과 방어를 무력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와 동시에 회사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제기해 회사의 유일한 대응 수단을 봉쇄하고자 했다"며 "1차 가처분 당시부터 최초 신청서 제출 직후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고 동일한 내용의 가처분을 다시 제기함으로써 심문기일을 지연시키는 등 일반적인 가처분 분쟁 실무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며 회사의 자사주 취득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들의 공개매수가 회사의 공개매수 보다 일찍 완료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유인하기 위해, 마치 회사의 공개매수가 위법해 2차 가처분으로 인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MBK는 주당 66만원이면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라는 근거 없는 호언장담으로 증액은 없다고 시장을 기만해 투자자를 속인 다음 곧바로 75만원으로 증액하고, 공개매수 마지막 날 회사의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증액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로 인해 무려 5.43%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되어 주당 89만원의 매각 기회를 뒤에 두고도 주당 83만원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에 발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박 사장은 "회사의 경영은 이사회를 통한 경영과 이사회가 인정한 사내이사를 통한 경영이 있다"며 "장 고문은 이사회 멤버로서 활동했으나, 직접적인 사내 이사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지분상 MBK·영풍 측이 우위에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 사장은 "수치상 MBK·영풍 측이 우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5.34%의 지분에 대한 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수 이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코라이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 경영권 분쟁 관건은?....국민연금공단·백기사 우호지분·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향후 경영권 분쟁 결과의 변수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 고려아연 측 백기사 표심,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영풍 양측의 의결권 있는 주식이 엇비슷해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캐스팅보드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이후 임시주주총회 날짜가 결정되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의 표심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사장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선 예단하기 힘들지만, 국정 감사 때 박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장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를 믿고 기다려 볼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고려아연 측 백기사(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의 표심도 중요하다.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 지분은 총 18.55%다. 현대차그룹(5.05%), LG그룹(1.9%) 등이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박 사장은 현재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 밝힐 수 없다고 하면서도 "올해 초 실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안건에 대해 모두 동의를 해줬다"며 "그 의견들은 변함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이 지분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한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으면, 매각·이전 시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해 해외 매각은 까다로워진다. 고려아연은 MBK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가 기간산업이 중국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박 사장은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 1차 검토를 했다고 들었고, 2차 검토를 위해 자료 및 분석을 요청받아서 제공 중이다"며 최종 판정 여부가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재무 악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 재무 구조가 훼손될 일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2조원대 차입금을 동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 20%대를 유지해 온 초우량기업이다"며 "차입을 할 때 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회사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승인을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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