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AI 전략 돋보기

SKT, 국내 통신사 유일 대규모 언어 모델 추진
KT, 공공·금융 겨냥해 한국형 AI 구축
LG유플러스, B2B AI 선도기업 꿈꿔…비용 문제 우려

김나경 승인 2024.10.22 11:36 의견 0

통신 3사(SKT, KT, LG U+)의 위기 돌파구로 인공지능(AI)이 떠오른다. 기대 이하의 5G 사업 수익과 네트워크가 필요 없는 온디바이스 AI 등장 등에, 수십 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고지능 AI 서비스를 구현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 다국어 LLM 개발하는 통신사 AI 사업 맏형 SKT

SKT의 AI 피라미드 전략. (사진=SKT)

SKT는 지난해 9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AI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도약을 선포했다. AI피라미드는 제일 하단부터 AI 인프라→AIX(AI 전환)→AI 서비스라는 3대 영역으로 쌓여있다.

‘AI 피라미드 전략’에 따른 수익모델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T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회사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mart Global Holdings, SGH)의 초대형 AI클러스터 구축 경험과 엣지솔루션(AI컴퓨팅과 통신서비스를 접목한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GPUaaA(클라우드 환경에서 GPU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 에너지솔루션을 결합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기업 간 거래(B2B)에서는 AICC(AI를 활용한 고객 응대) 등 솔루션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 목표 600억원을 제시했다”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대표 서비스인 에이닷은 멀티LLM(대규모 언어 모델) 에이전트 탑재 등을 통해 구독형 모델로 진화시킬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유영상 사장은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AI관련 투자 비중을 기존(2019~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2028년) 33% 수준으로 3배가량 확대해, 2028년 매출을 2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I 인프라’의 주요 사업 영역은 데이터센터다. SKT는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를 2030년까지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기존의 데이터를 안정적 저장하는 기능을 넘어, AI 학습과 추론 등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전력 공급, 열효율 관리를 위한 냉각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SKT는 GPU 공급을 위해 지난 2월 글로벌 GPU 클라우드 회사인 람다 지분에 2000만달러(약 273억원)를 투자했으며, 지난 7월에는 SGH에 2억달러(약 2773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SKT는 오는 12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기존 SK브로드밴드 데이터센터에 엔디비아 GPU H100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어 향후 3년 안에 GPU를 수천 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최신 GPU 모델인 H200을 조기 도입할 계획이다.

SK엔무브와 액침냉각 쿨링 솔루션 상용화를 검토하는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한 ‘AI DC 글로벌 패키지’도 준비 중이다.

또한 AI칩셋으로는 차세대 추론용 AI 칩 X330을 사용하며, 추후 유무선 인프라를 AI 인프라로 진화시킬 예정이다.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닷 엑스(A.X) 개발도 추진한다. SKT는 지난 2월 AI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해 도이치텔레콤, 이앤(e&) 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와 합작법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설립했다. 합작법인은 우선 한국어·영어·일본어·독일어·아랍어 등 5개 국어를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인 ‘텔코 LLM’을 개발할 예정이다.

SKT는 이러한 AI 인프라 구축을 통해 모바일·브로드밴드·엔터프라이즈 등 핵심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초개인화 서비스인 ‘AI Btv’와 기업고객 특화형 AI플랫폼 ‘엔터프라이즈 AI 마켓’을 출시했다.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도 진출한다. SKT가 지난해 6월 1억 달러의 지분 투자를 강행한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on)은 올해 국내 최초로 ‘K-UAM(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 실증사업에서 실제 UAM 기체를 선보였다.

AI 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출시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AI 서비스 출시’도 이어진다. SKT는 지난해 9월 AI 개인비서 ‘A.(에이닷)’을 출시해 아이폰 통화 녹음과 실시간 통화 통역 서비스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AI 검색 엔진 유망 스타트업 퍼블렉시티(Perplexity)에 1000만달러(약 137억원)를 투자하고 AI 검색 엔진 공동 개발에 나섰다.

◆ 공공·금융 겨냥…한국형 AI 노리는 KT

KT의 AICT 예시. (사진=KT)

KT는 지난 2월 AI를 통한 혁신 비전인 ‘AICT Company’ 전환을 선언하고 AI 3대 혁신 동력으로 ▲AI모델 ▲AI 오퍼레이션 ▲AI 에이전트를 발표했다.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AI 모델), 고객들이 AI 활용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AI 오퍼레이션). 또한 AI 서비스를 TV 등 온디바이스로 확장하고 금융분야에 특화된 슈퍼앱을 개발해 AI 뱅킹서비스 등 공공분야에서 보안성이 보장된 풀스택 AI 서비스(AI 에이전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임직원들의 AI 전문성 함양에 나섰다. ICT(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 전문 인력 1000명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에 AI 교육 프로그램인 ‘AX 디그리’와 업무 혁신 플랫폼 ‘젠아이두(Gen.AIDU)’, 생성형 AI 지식응대 서비스 ‘제니’를 적용했다.

KT는 주요 전략으로 AI 등 첨단 기술을 모두 직접 보유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빅테크와의 협력을 택했다.

회사는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추진비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 사업 내용들을 정했다. 양사는 향후 5년간 ▲한국어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내년 상반기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목표는 한국의 데이터·법·규제·문화·언어에 최적화된 한국형 AI다. KT는 이를 위해 교육·역사·문화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 절차에 착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AI ‘코파일럿(Copilot)’도 KT 서비스에 도입했다.

내년 1분기에는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AI·클라우드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출범시킨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위해 공동으로 ‘AX 전략 펀드(AX Strategic Fund)’를 조성한다.

양사 공동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할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도 내년 중 설립된다. 해당 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AI 및 미래 네트워크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참여도 확대해 글로벌 차원의 AI 기술협력에 나선다. 기존 CT(문화기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현대화 및 6G 분야 공동연구,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별 AX와 GPU·NPU(사람의 뇌처럼 추론하는 AI 알고리즘) 등의 공동 연구개발도 병행하게 된다.

KT는 AI 기업으로 진화하면서도 6G로의 발걸음도 내디뎌야 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일 ‘M360 APAC’에서 “AI가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시대에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공장과 같은 AI 기반 서비스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초광대역·초저지연을 지원하는 통신망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통신사들은 6G와 같은 차세대 통신망으로 진화를 계속해서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의 AI 전환 추진에 대해 업계도 호평을 보낸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공공부문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AI 클라우드 상품 및 고객사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 B2B AI 선도기업 꿈꾸는 LG유플러스…비용 문제 우려

LG유플러스의 B2B 전략 'All in AL'.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Growth Leading AX Company(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를 선포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AI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중장기 성장 전략 ‘All in AI’를 발표하며 B2B 사업의 AI 선도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는 향후 B2B 사업에서 ▲인프라 ▲플랫폼(생성형 AI) ▲데이터 등 기술 혁신에 집중해 ‘AI 응용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B2B 사업을 AI로 전환하고, AI 신사업에 진출하며, AI 인프라 매출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AICC(AI 컨택센터) ▲기업 커뮤니케이션 ▲SOHO(소상공인) ▲모빌리티 등 4대 ‘AI 응용 서비스’를 통해 B2B AI 사업의 매출 확대도 꾀한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앞서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 국내 반도체 설계 회사 ‘딥엑스’, AI 기반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 AI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 ‘AWS(아마존웹서비스)’, KAIST(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과의 협력을 구축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기술 고도화와 인프라 자체의 매출을 늘리는 투 트랙을 추진한다. 추후 AI데이터센터(AIDC)를 개발하고 국내 반도체 설계 회사 ‘딥엑스’와 함께 연내 LG유플러스의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ixi-GEN)을 통신장비, AICC, SOHO, 로봇, 모빌리티 등 LG유플러스 자체 사업에 접목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익시젠은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LG유플러스의 통신, 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sLLM이다. 연내 금융, 교육, 보안 등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sLLM 익시젠 개발도 앞두고 있다.

익시젠은 LG유플러스 AI 전환의 플랫폼과 데이터 영역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

LG유플러스는 익시젠을 활용해 B2B 전용 AI 솔루션 '익시 엔터프라이즈(ixi Enterprise)'을 선보인다.

또한 고객사의 경영 환경에 필요한 AI 서비스에 따라 sLLM의 규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파라미터 수를 88억 개, 250억 개 등으로 세분화해 제공할 계획이다.

데이터 영역에서는 고객사 업종별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가 학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든다. 고객사에 익시젠의 경량화된 모델을 빠르게 적용한 후 추가 데이터를 지속 학습하며 AI 서비스 성능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AI 서비스를 자체 제작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익시 솔루션’ ▲고객사가 보유한 데이터 품질의 최적화가 가능한 데이터 관리 플랫폼 ‘U+ 데이터 레이크(U+ Data Lake)’ ▲AI의 개발 학습까지 전체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MLOps(엠엘옵스, 머신러닝작업) 플랫폼 ‘바이올렛(violet)’ 등 ‘AX 플랫폼’ 3종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우선 역량을 집중할 부문은 4대 ‘AI 응용서비스’인 AICC, 기업 커뮤니케이션, SOHO, 모빌리티 등이다. 이후 전체 사업 영역과 신규 사업에도 AI를 적용하겠다는 기조다.

다만, 증권 업계는 AI 사업 추진과 관련해 영업이익 감소세에 든 LG유플러스의 비용 문제를 우려했다. LG유플러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25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8% 쪼그라들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최근 AX Company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통신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LG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서비스(Voltulp)도 본격적인 사업화를 앞두고 있으나, 신사업들의 초기 성과로 기업가치 증대를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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