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이재용 회장, 전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자"

몰락하던 MS, 인도계 CEO 영입하며 빅테크로 변신 성공
대만계 리자 수, AMD 시총을 4조에서 370조로 키워내
"국내파 예스맨 찾다보니 삼성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

김선엽 승인 2024.10.15 16:35 | 최종 수정 2024.10.15 16:36 의견 0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활력이 없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도계 출신 전문경영인 사티아 나델라를 영입하며 AI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로 변신한 것을 예로 들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이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5일 논평을 통해 "2021년 가석방된 이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거대기업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라기 보다는 홍보대사라는 느낌을 준다"며 "IT업계는 스피드가 생명인데 구조조정, 전략적 선택 등 급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이 회장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경영자는 능력 위주로 선출해야 사회적, 경제적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또 "이번 기회에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회장이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면 어떨까"라고 질문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망 후 팀 쿡 전문경영인이 2011년 CEO 취임하여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활력이 없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계 출신 전문경영인 사티아 나델라가 2014년 취임 후 AI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로 변신했다.

대만계 전문경영인 리자 수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 대표이사 자리에 2014년 오른 후 시총을 4조원에서 370조원으로 키웠다. 이웃나라의 TSMC도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고 있다.

포럼은 그러면서 "요즘 반도체를 살리려고 열심히 뛰는 전영현 부회장는 40세에 삼성전자 합류한 LG반도체 출신"이라며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 계기로 삼으려면 CEO 자리에 외부 영입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또 다른 이유로는 독립된 사외이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포럼은 "10명 이사회 멤버 모두 한국인이고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IT 비전문가"라며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해야 하고 회의는 당연이 영어로 진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파 예스맨을 찾다 보니 삼성전자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고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전세계를 누비며 최고의 사외이사를 찾는다면 실리콘밸리, 캐나다, 영국, 중국, 대만의 AI, 소프트웨어 전문가, 전직 다국적기업 CEO 등 모셔오지 못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경쟁사인 TSMC는 1997년 미국에 상장한 덕에 글로벌한 이사회를 가지고 있다.

10명 이사회 멤버 중 사내이사는 CEO 한 명이고 7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은 외국인이다.

전 MIT대 총장, 전 British Telecom CEO/이사회의장 등 전직 CEO, IT업계 리더를 영입해 이들의 조언을 잘 활용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비즈니스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포럼은 "삼성전자는 TSMC 같이 미국에도 상장해 자본시장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국제화된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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