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위태로운 조병규 우리은행장…계열사 대표들도 물갈이 영향권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반년 은폐 의혹
금감원,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 1년 앞당겨
저축은행·캐피탈·카드 계열사도 연루돼

김나경 승인 2024.09.07 09:40 의견 0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흐려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 대출 사건 여파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 등의 계열사도 부적정 대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며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계열사 대표들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내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연다. 연말 임기가 종료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스스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롱 리스트’에 포함된다.

조 행장은 올해 6월 김해 지점 직원의 180억원 횡령사건과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350억원 규모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거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내달 초 진행할 예정이다.

경영진이 고의로 부적정 대출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자 조 행장이 중징계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법은 횡령·배임 등 금융범죄와 관련된 금융사고를 사고 발생 즉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명시했으나, 우리은행에서는 이와 같은 시스템이 발동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경영진은 지난해 3분기에서 늦어도 올해 1분기 부적정 대출 여부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으며, 금감원은 올해 6~7월 외부로부터 부적절 대출 제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가을 임종룡 회장, 조병규 행장이 손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은행법은 금융사고 보고·공시 의무를 위반한 임원에 대해 업무집행정지와 해임권고, 금감원 경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중징계를 받을 경우 조 행장은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중징계를 받지 않더라도 도의적 책임으로 최종 후보 추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선임 부행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유력하나, 최근 계열사까지 부적절 대출 연루 의심을 받고 있어 후보는 제한될 전망된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은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에도 각각 7억원, 10억원, 2억원가량의 대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은행장 후보에 올랐던 상업은행 출신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한일은행 출신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역시 이번 부적절 대출 사건의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은 아직 연임 관련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말 자추위가 열리고 예년과 같이 롱리스트, 숏리스트 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