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동상이몽 꿈꾸는 이복현과 투자자들

투자자 “경영권은 없는 개념” vs 이복현 “주인의식 장점 있어”
기관·개인·학계, 상법 개정 필요성 공감
대한상의 “자본다수결제는 유효지분-실질지분 갭 당연”

김나경 승인 2024.09.12 16:04 | 최종 수정 2024.09.13 09:13 의견 0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진=김나경 기자)

기관과 개인, 학계가 모여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공시 확대와 주총 기간 분산 등 자본시장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든 문제가 근본적으로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약탈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상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배주주의 주인의식 덕분에 경제가 성장한 면도 있다며 기업의 활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장기적인 밸류업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밸류업프로그램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업별로 이사회 평가, 다양성 정책, 이사의 보수, 이사 교육 등 기본적인 지배구조 정책에 있어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한국 및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를 글로벌 평균 이하로 만들고, 결국에는 한국 기업의 기업가치 하락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방안으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기업 지배구조 로드맵 마련 △공식적인 이사 교육기관 설립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 △자사주 관련 공시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주총 공고를 28일 이상으로 연장 등을 제안했다.

ACGA는 “이사의 책임을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에 대한 책임으로 규정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규범인 이사의 충실 의무 본질에 부합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전무는 “한국 주식시장은 옛날에는 일본과 비교되었지만, 요즘은 대만과 비교되고 있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지수비중은 한국은 2004년 17%로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13%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 지수는 12%에서 19%로 올랐다”며 “대만은 1993~2023년 30년간 GDP가 3.5배 성장할 때 대만가권지수(TAIEX)는 3배 성장했다. 한국 주가가 GDP만큼 올랐으면 코스피는 6000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이어 “한국의 GDP 잠재성은 이런 시장이 아니다. 업종도 다양하고 IT 등 신종 산업과 어우러져 시장 자체로는 좋다”며 “하지만 중국 지수비중이 지정학적 위험으로 35%에서 25%에서 넘어가며 대만과 인도와 같은 안전 시장으로 자본이 넘어갈 때, 한국은 수혜를 받지 못했다. 아주 심각한 티핑포인트에 와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주주에 대한 보호는 없는데 투자를 하려면 하셔라. 다만 각자 고생은 알아서 하셔랴’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을 주주 입장에 맡긴다면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며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를 보호하는 회사 이익에 한정되어 있으며 주주는 명문에 없다.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이사회의 권한은 막대하지만, 일반주주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다. 경영권이라는 것은 없다. 주주로서의 권리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힐 때 이를 배상하는 방안인 사후규제가 부족하다. 주주대표소송은 총 10건도 되지 않으며, 지난해 상법개정으로 도입한 다중대표소송은 지금 1건이 됐는지도 모르겠다”며 “개인 투자자는 생업이 있어 소송까지 넘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기관투자자에 대한 기대가 큰 데 기관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펀드이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 결국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행동주의 펀드다. 또한 투자자의 증거확보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등 기관이 지원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실장은 “기업과의 대화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어 국민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빈도와 강도가 글로벌적으로 낮지 않다. (하지만) 의결권과 관련해 기업에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는 게 문제다. 묻지 않아도 충분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공개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 적거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이어 “국민연금은 연간 600여 개 기업 주총이 있다. 의결권 행사를 위해 충분한 분석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이 중 2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3월 셋째 주에서 넷째 주에 몰아서 주주총회를 한다. 일부로 그러는 것 같다. 주총일을 분산해달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무시하고 있다. 법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배당과 보상에 관련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배당을 많이 달라거나 적게 달라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수익에 따른 합리적인 배당을 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보기에도 보상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주총에서) 보수한도를 정한다. 그런데 한도에 대한 근거 설명은 없다. 주총이 형해화 되고 임원 보상에 대한 것은 회사가 알아서 한다. 심지어 보상위원회가 없는 기업도 있다. 이사회에서 직접 본인들의 보상을 결정한다. 보상과 관련된 부분은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바로 서려면 공정한 주총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주총회는 후진적이고 불공정하다. 주주 명부도 주총 하루 전에 주고 표결 공개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총에서 부결된 사항도 가결됐다고 등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법대로 해라. ‘3심까지 한번 가보자. 3년이 걸릴 텐데 개인주주가 어떻게 할 거냐’고 비웃는 이야기를 당당히 한다”며 “(컨두잇은 주주연대에) 표에서는 이기지만 주총에서는 진다. 법원에서 의장을 받아야 한다. 주총을 2번 해야 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은 “상법 331조는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의 책임은 그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하는 유한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권한도 당연히 책임에 비례해서 있는 구조다. 결국 실질지분과 유효지분의 갭은 자본다수결제의 원칙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가총액은 일반주주의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지배주주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거래된다”며 “지배주주는 자본다수결인데 (지배주주의 뜻에 따르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주주의 이익이 공통됐을 때, n분의 1의 주주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증진시킬거냐에서 다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이걸 경영판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상충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일반주주의 이익을 뺏어가는 국면에서는 다수결에서 약자보호가 안 되는 걸 견제하는 게 민주주의에서 법치주의고 헌법 보호법의 역할인데 지금 회사법은 그게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게 지금 가장 중요한 핵심 문제인데 정작 지금 정부는 총수 세금 깎아주는 것만 논의한다. 공감능력이 없다. 지난 7월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재 안 하겠다고 한 이후 이복현 금감원장도 상법개정 관련 말수도 줄고 톤도 다운됐다”며 “상법에 하자가 있으면 잘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인적으로는 (패널 의견에) 공감하지만 정부 내 조율을 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에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부의 내년, 내후년 경제정책과 이 행정부가 끝나더라도 계속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소유분산기업에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상당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반도체와 같이 과감한 리스크 감수 등으로 경제가 성장한 부분도 있다”며 “밸류업을 기업의 활력을 줄이지 않는 한에서 어떻게 밸류업과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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