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투세 유예는 비겁”...거대야당에 화살

"밸류업과 상충..과거와 상황 많이 변해"
불법공매도 중앙차단 시스템 공개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시스템 전산 연계
증권사에 적정성 확인 의무
제재 입법과 시스템 완비는 아직

김나경 승인 2024.04.25 16:15 | 최종 수정 2024.04.25 16:27 의견 0
25일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2차)’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NSD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2차)’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이라는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충되며 채권시장의 성장 등 제도를 구상했던 과거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거대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여론을 달래기 위한 금투세 임시 유예는 비겁한 처사라고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다.

금투세는 기존 대주주에게만 물리던 자본소득세를 주식투자수익 5000만원, 그 외 투자수익 250만원 이상의 투자자에 대한 자본소득세로 확대한 제도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2023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2025년으로 유예한 뒤 폐지를 선언했지만, 4·10 총선이 여소야대로 마무리되며 내년 시행이 예상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이 대규모 개인투자자의 이탈을 유발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17일 국민동의청원 진행 9일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소관위원회로 회부됐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다른 공직으로 갈 생각은 없다"며 "부동산 PF 등 곪은 고름을 잘 터뜨리고 제거해야 하는 등 위기대응을 마무리한 뒤, 내년 안정적인 사이클이 돌아오면 후임이 생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예상 프로세스. (사진=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공동으로 주체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구축안이 공개됐다.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은 기관투자자의 잔고 및 변동내역과 매매거래 등을 집계하는 중앙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공매도를 상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한국거래소에 구축될 예정이며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 전산을 연계시켜 기관투자자별 모든 매도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가능잔고와 비교해 무차입공매도를 자동 탐지하고 신속하게 제재한다는 계획이다.

유관기관은 NSDS 시스템이 기관투자자의 무차입공매도를 결제일(T+2)일 전까지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거래소는 “매도 주문 전 매도 주문을 제3자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주문속도의 4~5배 이상의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며 “천문학적 비용과 기간이 필요해, 이를 대안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매도 전산화는 ‘잔고관리 시스템’과 ‘중앙집중시스템’ 2가지 형태로 관리된다. 1차적으로 잔고관리를 하는 책임은 기관투자자에게 있어 실시간 원천 차단이 부족한 면이 있다. 혹시라도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거래소의 중앙점검시스템이 신속하게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것”이라며 “상호 활로 선순환 과정이 이어지면, 기관시스템이 정순화 돼 사실상 실시간과 비슷한 방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적발이 목표가 아니다. 실시간 자체 차단으로 불법공매도가 아예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게 목표다. 무차입 공매도가 나왔다는 건 기관투자자의 잔고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피드백과 적발된 공매도에 대한 조치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 게 목표다”고 설명했다.

NSDS 시스템이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에 의존하는만큼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강력한 제재도 거론됐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에 적정성 확인 의무를 부여해 과태료 등 처벌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잔고관리 시템 위반 시 증권사가 공매도를 받지 않아야 한다. 외부 통제기관의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은 “입법을 통해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거나, 불법 공매도 세력이 10년 이상 자본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등 강력한 제재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를 위한 입법과 시스템 완비에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이상목 액트 대표는 “전산시스템이 완비되기 전에는 공매도를 재개하면 안 된다. 서두르기보다 시스템을 완비하고 불법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위조지폐는 5만원만 사용해도 징역형이다. 하지만 위조주식은 몇백조가 유통돼도 제재가 미약해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 관련해 모든 제도가 투명하게 공시돼 투자자들이 공매도 순위를 스스로 계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매도를 하지 않는 투명한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선택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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