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1/3토막...K게임의 몰락

KRX 게임 TOP 10 시총 80조→28조
증권사, 크래프톤 외 국내 게임사 목표가 하향
일부 게임사, 주주환원 확대

김나경 승인 2024.04.24 16:24 | 최종 수정 2024.04.25 11:30 의견 0

국내 대형게임사들의 시가총액이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2023년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 특수를 누렸지만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부실한 저력이 드러난 것이다.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와 주주환원 등으로 실적 회복과 주가 부양을 노리지만 증권가의 전망은 차갑기만 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KRX 게임 TOP 10’ 지수 구성종목 시가총액은 28조364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던 2021년 11월 17일 시가총액이 80조5719억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KRX 게임 TOP 10’ 지수 구성종목은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더블유게임즈, NHN, 컴투스, 넥슨게임즈 등 국내 대표 게임상장사 10곳이다.

최근 3년간 'KRX 게임 TOP 10' 지수 추이. (사진=한국거래소)

신작 게임 기대감과 성과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게임주는 통상 성장주 혹은 고평가주로 통하지만, 현재 이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25배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산업 특수가 끝난 데다, 고금리와 고유가로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경영 악화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넷마블과 펄어비스, 위메이드, 컴투스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그 외 대부분의 게임사들도 실적이 악화됐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자 불경기를 버틸 게임사의 저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게임사들이 가장 먼저 선택한 방안은 인력감축과 경영 효율화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 금융조직 ‘금융비즈센터’ 소속 직원 4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업 정리 소식을 알리고 올해 초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폐업을 결정했다. 라인게임즈 역시 자회사 레그스튜디오 콘솔 개발팀을 해체하는 등 게임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전운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 등 각 게임사가 의존하고 있던 대표 게임들은 노후화로 매출이 감소했다.

게다가 게임사들이 게임의 재미가 아닌 수익성에만 혈안 된 꼼수를 부리자 게이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국 게임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무료 다운로드를 간판에 내세웠지만,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을 위해서 현금을 사용해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했으며, 이걸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 형태로 파는 확률형 아이템 상술을 사용했다.

국내 최초로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을 도입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속였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2021년 일부 게이머는 트럭에 항의 문구를 쓰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되자 수출을 적극적으로 노리지 않고, 그 결과 국내 게임이 재미없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위메이드와 위믹스로 대표되는 플레이로 돈을 버는 게임 P2E(Play-to Earn)도 또 하나의 꼼수로 지목된다.

P2E 게임은 아이템을 모아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이다. 현행법상 아이템 환전은 금지돼 있어 보상을 암호화폐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P2E가 게이머들이 돈을 버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안정되고, 게임사 운영이 투명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이 충족되야 한다.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인 위믹스는 과거 2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주요 거래소들의 상장폐지 소식과 함께 200원까지 가치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위믹스 가격은 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점을 직시한 국내 게임사들은 부랴부랴 신작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유망 게임사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달 신생 개발사 레드로버인터랙티브의 시리즈A에 투자했으며, 파프롬홈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넷마블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세계관을 차용해 24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을 출시했다.

내부에 TF(태스크포스)를 꾸려 확률형 아이템의 휴먼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확률을 그대로 공개할 수 있도록 구조적 프로세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위메이드가 지난달 출시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은 출시 후 3일 만에 누적 매출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NHN은 올 2분기 ‘우파루오딧세이’ 일본 출시, 3분기 ‘다키스트데이즈와 프로젝트G’ 출시, 4분기 ‘스텔라판타지’ 출판이 예정돼 있다.

컴투스는 지난 1분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를 출시해 구글 앱스토어 기준 매출 20위권에 안착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아키에이지 워', '오딘'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주가 회복을 위해 주주환원에 눈을 돌린 게임사도 눈에 띈다.

NHN과 네오위즈는 2023 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각각 보통주 1주당 500원, 24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더블유게임즈는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알렸다.

자사주 매입·소각 소식도 발표됐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취득한 자사주 전량과 올해부터 내년까지 취득한 자사주 60%를 소각할 예정이다.

NHN은 오는 26일 기존 보유 자사주의 95%가량인 117만559주를 소각한다. 이어 5월 13일까지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78만7500주를 새로 매입할 예정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게임업계 상황을 낙관하지만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과 다수 신작을 보유하고 있는 크래프톤을 제외한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 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2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크래프톤 주식의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23만원에서 26만원, 27만5000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를 시작으로 하반기 다수의 신작을 출시하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상승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B증권은 엔씨소프트의 목표가를 19만원까지 낮춰 잡았다. 이는 고점(104만8000원) 대비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에 이어 ‘쓰론앤리버티(TL)’까지 흥행에 실패하며 기존 대표작인 ‘리니지’의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투자증권과 상상인증권은 카카오게임즈의 목표주가를 각각 기존 2만9000원에서 2만6000원,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낮췄다. 신작 ‘가디시오더’의 출시가 하반기인 만큼 타 대형게임사 대비 상반기 모멘텀(상승요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이 호평을 받음에도 국내 게임주들의 전체적인 부진에 덩달아 목표가가 낮아지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위메이드의 목표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7만2000원으로 하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이트크로우’의 글로벌 성과를 감안하면 현재 위메이드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라면서 “블록체인, 코인, 최고 경영자(CEO) 등 게임 외 변수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요한 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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