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더 이상 서린상사 양보 안 해”…5월 임총서 우호상징 균열

법원, 서린상사 임총소집허가 청구 심리 시작
고려아연, 사내이사 4명 추가 선임 추진
영풍 측 대표이사도 교체될 듯
고려아연, 영풍과 동업계약 모두 종료 선언

김나경 승인 2024.04.18 16:52 의견 0

영풍과 고려아연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던 서린상사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최대주주인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를 선임해 그간 영풍 측에 양보해 줬던 경영권을 돌려받겠다고 나섰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영풍과 동업관계에 있는 모든 계약을 만기가 도래하는 대로 모두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날(17일) 고려아연이 법원에 신청한 서린상사 임시주총 소집허가 청구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법원 판단이 1~2주 후 나올 예정이라, 서린상사의 임시주총은 다음 달에나 열릴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 측이 사내이사 추가 선임안을 다루는 주총소집결의를 위하여 이사회를 두 차례나 소집했지만, 영풍 측 이사 3명이 모두 불참하며 무산됐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결국 법정행을 택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등 사내이사 4명을 추가 선임하는 건을 진행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해당 후보들이 모두 선임되면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8인 대 영풍 측 3인으로 재편된다. 영풍 측 인사인 장세환·류해평 서린상사 대표 역시 고려아연 측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4인(최창걸·최창근 명예회장, 노진수 부회장, 이승호 부사장)과 영풍 측 3인(형진 고문, 장세환·류해평 서린상사 대표)이다.

서린상사의 경영권이 고려아연에 넘어가면 고려아연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 중 영풍이 경영권을 갖거나 협업관계에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비철금속 수출과 유통을 맡고 있는 서린상사는 최대주주인 고려아연(66.7%)이 영풍의 장씨 일가에게 경영을 양보해 두 가문의 우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었다. 영풍 측 장세환 대표는 2014년부터 10여 년간 서린상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영풍그룹의 공동 창업주 일가인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두 가문의 동업관계가 빠르게 단절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故장병희·최기호 공동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설립한 이래 장씨 일가가 지주사 영풍과 코리아써키트 등 그 외 전자사업을 경영하고,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70년 넘게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9년 7월 영풍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장씨 일가가 지주사 영풍의 지분 과반수(55.6%)를 차지하게 되면서 두 가문의 분열이 시작됐다.

영풍에서 시작된 불씨는 고려아연으로 옮겨갔다. 고려아연은 한 해 순이익이 6000억원을 넘는 영풍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연간 배당금만 3000억원이 넘는다.

장씨 일가에 장악된 영풍은 2020년 고려아연 지분 10만8100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27.49%까지 확대했다.

위기감을 느낀 최씨 일가는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하였고,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처분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7868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6.02%를 LG화학, 한화의 주식과 맞교환했다.

장씨 일가도 이에 맞서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며 지분확대에 열을 올렸다.

올해 2월 기준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장씨 일가 약 32%, 최씨 일가와 우호지분 약 33%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사업적 동맹관계 단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9일 영풍과의 원료 공동 구매 및 제품 공동 판매를 종료를 선언했다. 오는 6월 30일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 등 올해 10여 건, 내년과 후년 10여 건에 이르는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계약도 재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방침이다.

영풍과 공유하던 CI(기업이미지)도 고려아연 독자 CI로 변경했다.

영풍빌딩에서도 방을 뺀다. 고려아연 본사 소재지는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전 대상 계열사에는 서린상사도 잠정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계약 종료에 대해 “최근 경기침체로 비철금속 시장에서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가 어려워지고 있고 경영환경 악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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