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달성…투자자 불안에 떨게 한 요소는

양도소득세 대상 대주주→수익 5000만원 투자자로 확대
큰 손 이탈과 형평성 논란
여러 종목 손실과 이익 상계해 계산
증권거래세 축소는 양날의 검

김나경 승인 2024.04.17 19:25 의견 0

4·10 총선이 여소야대로 마무리되며 내년 금투세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금투세 폐지 국민동의청원’ 동의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빠진 불공평한 제도이며 대규모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세금 회피를 위해 해외 등으로 이탈할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진행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5만929명의 동의를 받으며 청원이 성립됐다.

국민동의청원시스템으로 30일 이내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청원은 국회의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로 회부된다. 소관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청원을 채택하거나 폐기하며, 채택된 청원은 본회의에 상정돼 채택/폐기/보류된다.

17일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 명 이상 동의를 달성했다. (사진=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식투자수익 5000만원, 그 외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투자수익 250만원을 넘으면 소득세를 내는 제도다.

조세의 제1원칙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에 따른 것으로, 현행법상 주식투자 등 자본소득에는 세금이 없고 노동소득에만 세금이 부과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한 제도다.

당초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금투세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으로 유예했으며,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총 300석 가운데 192석을 획득해 여소야대로 마무리되면서 내년 금투세 시행이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 큰 손 떠날까 불안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2021년 주요 5개 증권사의 실현손익 금액 현황에서 금투세가 부과될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0.9% 수준이었다.

주식투자수익 5000만원은 5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해 1년에 10% 수익을 내야 가능한 금액으로,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수익률의 절반 수준이다.

사실상 남의 이야기인 금투세에 나머지 99.1%의 투자자가 흔들리는 이유는, 일명 ‘큰 손’으로 불리는 투자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 등으로 이탈하면 전체 주가가 하락해 소규모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금투세로 ‘큰 손’이 떠날 확률은 반반이다.

현행 주식시장에 적용되는 세금은 크게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두 가지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파는 사람(양도자)에게 부과되는 거래세다. 당초 1963년 세무기술상 한계로 정확한 소득세를 메기기 어려워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수익이 아닌 주식의 매도라는 거래행위에 붙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을 위반하며 수익에 관한 양도소득세와 함께 이중과세된다는 점에서 문제시 되는 한편, 무작정 폐지할 시 거래에 비용이 들지 않아 단기투자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도소득세는 특정 대기업 지분율 1% 이상,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의 경우에만 주식 거래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내년 시행이 예상되는 금투세는 이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 대상을 기존 대주주에서 투자수익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로 확대하는 제도다.

대신 금투세는 한 사람이 여러 종목에 투자를 했을 때 모든 종목의 수익과 손실을 결산해 상계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현행 제도상 한쪽에서는 큰 손실을 보고 다른 쪽에서 조금 이익이 났을 때, 손해가 더 크더라도 이익을 본 종목에 대해서 무조건 세금을 내야 했던 문제를 손본 것이다.

이와 동시에 조세 기본원칙에 맞춰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해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했다. 증권거래세는 올해 0.18%, 내년 0.15%까지 추가로 축소될 계획이다.

금투세 회피를 위한 ‘저가 손절’이 발생할 유인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5700만원의 투자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자가 5000만원 공제 후 세금이 부과되는 700만원에 대해 700만원의 세금(20%)인 140만원을 아끼기 위해 수익 700만원을 손절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한 금투세가 적용되지 않아 연말마다 있어왔던 대주주의 대량 매도가 사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기존 양도소득세의 경우 대주주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연말에 세금이 부과돼 연말마다 세금 회피성 대량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금투세의 이점과 단점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 ‘큰 손’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쏙 빠져

금투세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인다. 과세의 원칙인 수평·수직적 공평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 투자자는 한 종목을 25%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매도 시 주식양도세를 부과받고 있으며, 금투세 내 이러한 사항을 조정하는 내용은 없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자본시장 대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향한 발걸음' 강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폐지를) 찬성한다면, 직접 입법을 하는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들이 (폐지 의견을) 고려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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