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거부하는 기업이 ESG는 하겠다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경영권 방어장치' 세미나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가관리 안 하겠다는 것"

김선엽 승인 2024.04.27 10:25 | 최종 수정 2024.04.27 13:26 의견 0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로 자사주 소각이 떠오른 가운데 자사주 소각의 반대 급부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시장 환경에서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지배주주 시스템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런 경영권 방어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를 상대로 참호를 파는 기업이 ESG 경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필요한가'를 주제로 제33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필요한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선엽 기자]

이날 발표자로 나선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자 보호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선행돼야 할 과제는 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장려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억지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만 쉽게 하면 경영진의 참호구축을 통해 사익추구가 가능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주가를 올리는 것"

밸류업으로 인해 경영권이 불안정하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밸류업을 통해 주가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경영권은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 주주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진단했다.

일례로 대상회사 경영진이 인수회사로부터 더 많은 인수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또는 인수대가를 결정하는 협상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수단을 사용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두고 송 교수는 "회사가 포이즌필을 가지고 있다면,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인수대가를 높이기보다, 지배주주가 차지하는 인수대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갉아먹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선 "(한국에서) 주주자본주의를 어떻게든 해보려는게 주주행동주의"라며 "그것을 막겠다는 것은 주주의 목소리를 듣기 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기업이 한편으론 ESG(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하겠다고 하는데 자기 부모는 내팽개치고 다른 노인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미국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적자경영 시그널"

패널토론 순서에서도 복수의결권과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요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김규식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복수의결권 도입은 상장하는 단계에서 주관사와 협상을 통해 도입할 때만 가능하다"며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이는 상당 기간 적자가 유지될 것이란 시그널이므로 공모가를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포이즌필이 도입되는 순간 '천부인권'이 돼 경영진은 '지배권을 영원히 누린다'고 생각하면서 주가를 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일본에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는 최근 6년간 15건이고 경영권 방어수단은 아베노믹스 시작 때 19% 기업에 마련됐으나 2022년 기준 7%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를 두고 일본 거래소는 '일본의 M&A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주가 상승"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