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의 그룹 내 조선중간지주사 입지가 갈수록 모호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분할 당시 연구개발(R&D) 전문 사업형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구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6월 HD현대 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로 설립됐다. 사업회사였던 HD현대중공업(구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R&D와 엔지니어링 부문을 HD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에 떼어냈다.
HD현대 그룹은 2018년 순환줄자 해소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했는데, 2019년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목적으로 다시 한번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했다.
그 결과 HD현대 아래 HD한국조선해양, 그 아래 HD현대중공업, HD삼호중공업, HD현대미포가 위치한 옥상옥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평가다. 투자자 입장에선 조선주에 투자하려면 사업 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나 HD현대미포라는 선택지가 있고, 배당 확보를 목적으로 지주사에 투자하려면 HD현대가 낫기 때문이다.
HD현대 그룹 내 조선관련 회사들이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것도 아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의 자회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의 애프터서비스(AS)사업에서 물적분할한 회사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첫 출발지로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 또한 HD현대의 산하에 있다. 2020년 말 HD현대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정기선 부회장의 주도 아래 최초 60억원을 출자해 아비커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R&D 전문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R&D 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조선 3사는 모두 자체 연구개발 담당 조직을 가지고 있다.
R&D 비용과 연구개발 실적 내역 또한 HD현대중공업이 HD한국조선해양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각각 0.98%. 0.8%를 차지했다.
자체연구와 외부위탁연구를 종합한 양사의 연구 실적 또한 41개, 29개로 HD현대중공업이 앞섰다.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핵심으로 엔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엔진기계사업부 산하 R&D조직 또한 HD현대중공업 산하에 있다.
통상 지주사는 배당금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순수 지주회사와 독자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구분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사업형 지주회사를 표방하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부문 확장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와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가 지분을 갖고 있고, 아비커스는 HD현대가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D 실적은 단순히 과제 수로만 보기 보단 연구의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며 "HD한국조선해양은 미래기술 부분에 보다 특화해서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확보된 원천기술을 통해 조선 3사가 공동으로 적용하는 개념이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M&A 계획은 현재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