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전문?...더 애매해진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R&D 전문 사업형 지주사 표방
HD현대마린솔루션, 아비커스 HD현대 자회사
산하 조선 3사 모두 자체 R&D 연구 진행

박소연 승인 2024.04.17 21:53 의견 0

HD한국조선해양의 그룹 내 조선중간지주사 입지가 갈수록 모호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분할 당시 연구개발(R&D) 전문 사업형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구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6월 ​HD현대 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로 설립됐다. 사업회사였던 HD현대중공업(구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R&D와 엔지니어링 부문을 HD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에 떼어냈다.

HD현대 그룹은 2018년 순환줄자 해소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했는데, 2019년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목적으로 다시 한번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했다.

​그 결과 HD현대 아래 HD한국조선해양, 그 아래 HD현대중공업, HD삼호중공업, HD현대미포가 위치한 옥상옥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평가다. 투자자 입장에선 조선주에 투자하려면 사업 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나 HD현대미포라는 선택지가 있고, 배당 확보를 목적으로 지주사에 투자하려면 HD현대가 낫기 때문이다.

​HD현대 그룹 내 조선관련 회사들이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것도 아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의 자회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의 애프터서비스(AS)사업에서 물적분할한 회사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첫 출발지로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 또한 HD현대의 산하에 있다. ​2020년 말 HD현대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정기선 부회장의 주도 아래 최초 60억원을 출자해 아비커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R&D 전문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R&D 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조선 3사는 모두 자체 연구개발 담당 조직을 가지고 있다.

​R&D 비용과 연구개발 실적 내역 또한 HD현대중공업이 HD한국조선해양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각각 0.98%. 0.8%를 차지했다.

​자체연구와 외부위탁연구를 종합한 양사의 연구 실적 또한 41개, 29개로 HD현대중공업이 앞섰다.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핵심으로 엔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엔진기계사업부 산하 R&D조직 또한 HD현대중공업 산하에 있다. ​

통상 지주사는 배당금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순수 지주회사와 독자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구분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사업형 지주회사를 표방하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부문 확장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와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가 지분을 갖고 있고, 아비커스는 HD현대가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D 실적은 단순히 과제 수로만 보기 보단 연구의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며 "HD한국조선해양은 미래기술 부분에 보다 특화해서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확보된 원천기술을 통해 조선 3사가 공동으로 적용하는 개념이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M&A 계획은 현재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