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지분 25%가 1900억원?...때아닌 청산가치 논란

3일~11일 300만 주 공개매수 진행
추가 공개매수·가격 상향조정 없어
일부 주주 “회사 청산가치에도 못 미쳐”

김나경 승인 2024.04.08 09:19 의견 0
현대홈쇼핑 로고.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홈쇼핑 지분 25% 공개매수에 나섰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최근 10년간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나 현대홈쇼핑 청산가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현대홈쇼핑 주식 300만 주(지분 25%)를 주당 6만4200원에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대홈쇼핑 보유 지분은 기존 25%에서 50%로 확대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인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를 충족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현대지에프홀딩스(25.01%)와 현대백화점 (15.80%)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공개매수 청약률이 목표 수량에 미달하더라도 추가 공개매수나 가격 상향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한 공개매수 응모주식의 총수가 매수예정수량을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 해 매수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5% 남짓으로 아쉬운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굳이 지분 25%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모든 주주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해 공개매수 방식을 결정했다”며 “공개매수 규모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재무능력과 배당수익의 세금 혜택,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현대홈쇼핑 주가는 지난 10년간 하락을 거듭해 2014년 17만원대에서 최근 5만원대로 3분의 1토막 났다.

일부 주주는 “현대백화점 주주들은 2조짜리 청산가치회사의 지분 15.8%를 겨우 1200억원에 홀딩스에 넘겨주게 생겼으며, 현대홈쇼핑 소액주주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어 봤자) 50% 넘는 지분을 가진 대주주에게 당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만 1조7854억원으로 여기서 부채총계(8505억원)를 빼더라도 최소 청산가치는 9349억원 가량이다.

청산가치의 25%는 2337억원이지만 지분 25% 매입가는 1926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은 과거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여러 기업들이 산정했던 최근 3개월 간의 가중산술평균 주가에 적정한 프리미엄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개매수를 두고 주주환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해석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행위제한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대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지분만 사와도 충분했다는 점과 이번 공개 매수가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번 공개매수는 주주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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