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입장 원하면 담당자 대동하라"...주주 입 차단한 포스코

21일 포스코센터서 주총..30분만에 끝나
주주 의결권 행사·질의 제한
소액주주 "영상만 볼 거면 주총 왜 왔나"

박소연 승인 2024.03.21 17:41 의견 0

21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이하 주총)는 속전속결로 끝이 났다. 주총이 진행되는 30여분간 안건 관련 주주의 이의제기나 질문은 단 한건도 없었으며, 모든 안건이 순조롭게 가결됐다. 포스코홀딩스 주총에서 주주의 질문이 없는 이유를 주총 현장에서 찾아봤다.

이날 오전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를 찾았다.

21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포스코센터 앞은 온갖 구호가 적힌 현수막,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정지회 시위대, 배치된 경찰 인력 등으로 인산인해였다.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총 주주출입구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따라 정문에 도착했지만, 경호 인력이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었다.

주총에 온 주주는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기자는 다른 주주와 함께 출입구를 찾아 헤매다가 다시 원점에서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출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또다른 출입구 역시 경비인력들이 막아서고 있지만 주주라고 말하니 입장을 시켜줬다.

주주명부 확인을 위한 대기 줄도 꽤나 길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으로 올라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기자가 생각한 것과 다른 주총 광경이 펼쳐졌다.

통상 주총장은 의장이 단상에서 총회를 진행하고 있고, 참석한 주주들이 나열된 의자에 앉아있는 구조다. 안내받은 17층은 로비를 기준으로 C~I 구역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었다. 각 구역에선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주총회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주주명부 확인 때 부여받은 자리를 찾아가 주주총회를 영상으로 시청하고 있으니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총회는 대체 어디서 열리고 있는 것인가', '투표용지도 안 주는데 의결권 행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안건 관련 질의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곳곳에 배치된 '안내' 명찰을 달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질문을 해봤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주주총회는 포항 본사에서 열리고 있지 않을까요'라는 답변도 돌아왔다.

여러 스태프들을 거친 끝에 담당자로 보이는 직원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담당자는 "총회는 4층에서 열리고 있으며, 공간 제약으로 늘 이렇게 주주총회를 진행해 왔다"고 답했다.

안건 관련 질문은 어디서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C구역에서 연결된 마이크로 비대면 질문을 할 수 있다. 영상시설이 연결된 곳이 C구역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며 "질문을 원하면 누구든지 C구역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자의 답변과는 다르게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 다른 구역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지만, C구역은 경호 인력이 막아서고 있었다. 입장을 원하면 답변을 준 담당자를 대동하라고 했다.

어떤 기준으로 4층과 C구역에 배정되냐는 질문에는 "랜덤이다"고 답했다.

로비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또 다른 주주가 있었다. 해당 주주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표이사 회장 선출 과정이 잡음이 많아서 주총까지 직접 왔는데 이렇게 영상만 볼 거면 주총에 왜 왔겠냐?"며 항의했다.

​이번 주총에선 전자투표를 하지 않고 주총장을 찾은 주주에게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 정관에 따르면 주주총회의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 분의 1 이상의 수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미 전자투표만으로도 이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자가 질문한 결과 주총장을 찾은 상당수 주주가 전자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본인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주총을 찾은 주주 입장에선 허탕을 친 셈이다.

​안건 통과 여부가 이미 나와 있더라도 주주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전자투표와 주총 현장 투표를 합산해 찬성 동의율을 발표했다.

​회사는 주총을 찾은 주주들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바로 17층 제일 구석에 마련한 '주주의견접수처'다.

노조와의 대치로 포스코센터 출입구를 경호인력들이 막고 있는 모습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하지만 주주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말 그대로 접수처였다. 주주의견접수처 담당 직원은 "본인은 포스코홀딩스 직원이긴하나 IR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은 불가하며, 사측에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서면에 적어주면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주들의 편의를 위해 주총을 온라인 중계했다. 단순히 주총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닌 의결권 행사·질의 목적으로 주총장을 찾은 주주 입장에선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 중계를 보는 편이 나았던 셈이다.

​서울에서 온 50대 주주 한 모씨는 "주주총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사람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불공평하다. 무슨 권리로 랜덤으로 그걸 정하냐. 똑같이 돈을 내고 주식을 사서 의결권을 부여받았는데, 왜 4층에 있는 사람들은 질문한 기회를 얻고, 17층에 배정받은 사람들은 그 기회를 박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어 "주주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주총장을 찾은 것도 아닌데 이런 사실을 사전에 고지를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박성욱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던 장인화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한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17층은 먼저 온 순서대로 질의응답이 가능한 구역으로 주주들을 안내했다"며 "현장에 참석한 주주도 안건에 이의가 있을 경우 투표가 가능했다. 이번 주총에선 안건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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