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주와의 대화 신설' 삼성전자 주주총회 가보니

현장서 다양한 체험 부스 제공
사외이사 선임 등 원안 가결
주주와 대화 신설 등 소통 강화

박소연 승인 2024.03.20 16:14 | 최종 수정 2024.03.20 17:10 의견 0

"삼성전자 경영진이 올해는 주주들에게 가감 없이 답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만난 한 주주의 평가다. 600여명의 주주가 주주총회를 찾은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대화를 마련하는 등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선보였다.

20일 삼성전자 제55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열린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를 찾았다.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주주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수원컨벤션센터에 가기 위해 광교중앙역을 나오자 양복을 입은 스태프들이 삼성전자 주주냐며 말을 건네왔다. 주총이 열리는 수원컨벤션센터까지는 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되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편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차로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에겐 무료로 주차를 제공한다. 주주들의 접근 편의성을 높인 사측의 배려였다.

​주총장 내부에 들어서자 행사 인력이 어디든 배치돼 있어 도움이 필요한 주주들을 도왔다. 주주명부 확인 데스크를 45개 배치해 주총이 임박한 시각에도 빠른 입장이 가능했다. ​

​삼성전자는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을 위해 △우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C랩 존 △​삼성 스마트공장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상생마켓존 △응원메세지를 남길 수 있는 응원메시지존 등 다양한 체험 부스를 제공했다.

​기자는 한 스타트업 기업의 스태프 손에 이끌려 타투 체험을 했다. 디지털타투 기업 프링크는 1초 만에 완성되는 타투 체험을 선보였다. 원하는 도안을 고른 후 기계를 팔에 밀자 금방 10cm 크기의 화살표 모양 타투가 피부에 새겨졌다. 물과 비누를 사용하면 깔끔하게 지워진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주총 시작 시각인 9시에 임박해서 주총장 내부에 들어섰지만, 비교적 내부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행사 직전 기준 마련된 좌석의 절반 정도를 주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 주총에선 총 6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2년 1600여명이 참석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보다 적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주주 감소와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2022년 581만명이었던 주주는 지난해 467만명으로 100만명 넘게 감소했다.

​◆모든 의안 가결...송곳 질문 이어간 주주들

이날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

​이번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별도로 마련되면서 작년 대비 의안 관련 질의는 줄어들었지만, 주주들의 송곳 질문은 이어졌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5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가 개최됐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과 관련해선 주가 하락 및 주주환원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주총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작년은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위축과 경기 둔화로 매우 어려운 한 해였으나 삼성전자는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함에 따라 지난 3년간 배당은 총 29조4000억원 수준이었다"며 "해당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은 18조8000억원으로 주주환원 재원은 50%인 약 9조4000억원이다. FCF의 157%와 주주환원 재원의 313%를 환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 관련해선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 메모리 시장 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승 여력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인수합병(M&A)에 대한 주주의 질의에 한 부회장은 "M&A 관련해선 많은 사안이 예정돼 있고, 조만간 주주들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주주들이 기대하는 큰 M&A는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 되는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3호 의안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의 건, 4호 의안인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의 건에 대해선 한 주주가 후보들의 감사위원회 위원 자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 주주는 "​해당 감사위원회 후보들은 경력은 화려하지만 감사위원으로 적절하지 않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회계와 재무를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경영진에 대해 반대 의견도 과감히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쪽으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질의했다.

​한 부회장은 "조혜경 후보는 현재 상장법인의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여러 학회에서 자문위원회의 감사 경력을 가지고 있어 재무적 감독 기능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며 "아울러 한국로봇협회장 등 다양한 리더십을 경험한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독립적 시각에서 감사위원회의 객관적 의견을 소신있게 제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주주는 "감사위원이 어떻게 이렇게 큰 회사의 재무 상황을 일일이 보겠냐"며 "삼성전자가 선임한 회계법인에서 1차로 확인·정리를 한 후 감사위원이 판단을 하기 때문에 꼭 금융직 혹은 재무법인 관련 경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41억5897만8735주가 참여한 가운데​ 주요 안건들은 최저 87.51%, 최고 99.82%의 찬성률로 원안 가결됐다.​

​◆주주와의 대화 신설...13명 경영진 주주 질의에 답변​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총 1시간여에 걸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이 각 사업 부문별 경영전략에 대해서 주주들에게 설명한 후 13명의 경영진이 주주들의 질의에 답했다.

​경영진은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비롯해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김용관 의료기기 사업부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 실장, 박용인 S.LSI 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 노태문 MX 사업부장, 용석우 VD사업부장, 전경훈 DX CTO, 송재혁 CTO,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관련 주주의 질문에 경 사장은 "업황이 다운턴도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사업을 잘못한 것도 있었다.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해서 시장의 영향을 덜 타도록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며 "올 1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적 하락에도 경영진이 유임을 한 것에 대해 따끔한 질책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있었다면 지금 앞에 있는 임원들이 여기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며 "이 선대회장은 실적 위주의 경영을 했는데, 현 임원들은 사퇴할 의사가 없냐" 질문했다.

​또 다른 주주는 "성과주의 인사가 삼성전자 인사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을 도모한다고 했는데 어느 부분에 대한 안정성인지, 향후 CEO 선정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말했다. ​

​이와 관련 한 부회장은 "작년 반도체 실적 부진은 반도체 시황 악화가 주 원인이고 또한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을 유임해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올해는 불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이외에도 양자컴퓨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흑자 시점,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입, 갤럭시 AI 업그레이드 계획 등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새롭게 마련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주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전에서 온 20대 남성 주주 A씨는 "작년에도 삼성전자 주총에 왔었는데, 지난해에는 경영진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었다"며 "올해는 가감 없이 다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주주들도 회사 미래에 대해 기대가 되는지 작년과 달리 긍정적인 질문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주주 B씨는 "모든 사업 방향이 AI 관련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회사 방향성에 기대가 생겼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60대 남성 주주 C씨는 "총회에서 안건에 대한 질의가 길어지니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한 것 같다. 형식적일지,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며 "예전부터 주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는 했으나, 얼마나 반영해줄 지는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다른 주주 20대 남성 D씨는 "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경영진이 주주 앞에서 설명해 줘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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