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고발 초강수 둔 한화오션... 배경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경찰 고발
"임원 개입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
입원 개입 확인시 HD현대중공업 입찰 배제 가능

박소연 승인 2024.03.07 10:40 의견 0

한화오션이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 유출 사건과 관련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

​한화오션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를 받았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에 임원진의 개입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투입 금액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2~2015년 해군의 KDDX 관련 사업 내용을 불법 취득·공유했다. 해당 내용에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한 3급 군사기밀인 2000페이지 분량 KDDX 개념설계도가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개념설계도를 KDDX 입찰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다.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적발된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판결받았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의 국가사업 입찰을 제한하는 '부정당 업체 지정'을 논의했지만 '행정지도'로 결론이 났다. 따라서 ​KDDX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보호법위반 관련 사건 진행경과 [자료=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해당 사안에 HD현대중공업의 임원급의 개입 여부를 수사해달라며 다시 고발장을 제출한 이유는 방위사업법상 방사청은 회사의 대표 내지 임원이 청렴의무를 위반하면 부정당 업체로 지정해 입찰에​​서 배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측은 "계약 심의결과가 행동지도로 판결이 나면서 기본 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 설계를 수행하는 것이 관행임을 강조하면서 수의계약 가능성까지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2년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기본설계'를 맡게 됐다.

​이 경우 기본설계 사업인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맡는 게 관행이기 때문에 올 하반기 예정된 1조원 규모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측에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며 판결문,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 목록, 공무원 형사사건 기록 등을 제시했다. ​

한화오션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서버 업체를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운용하는 행위를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불법 취득한 기밀자료를 내부 비인가서버(NAS)에 보관하고 보안 감사 때는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식으로 감시를 피해왔다. 서버를 설치를 위해선 사전에 기무사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만큼 임원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의자신문조서 기록에 따르면 '군 실무자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 받아 열람 후 불법으로 촬영해 탐지·수집했으며, 이를 국내출장 복명서를 통해 열람한 사실을 보고했다. 이를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냐'는 질문에 HD현대중공업 직원은 "예"라고 대답했다. 한화오션은 여기서 중역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고인 진술조서에 따르면 '업체 팀장급이 해군본부를 방문해 함정기술처장을 쉽게 만날 수 있냐'는 질문에 HD현대중공업 직원은 "저보다 직급이 더 높은 분을 따라서 들어가면 몰라도 혼자서 직접 만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저보다 높은 분은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을 뜻한다는게 한화오션 측의 주장이다. ​

​한화오션의 고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를 경찰에 고발한 건 조선업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특수선 수주 잔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7조원 규모의 KDDX 수주를 통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가운데,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로 내다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 건은 경쟁업체 간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다"며 "해당 사안은 국방 사업의 신뢰 문제 달린 중대한 사안이며, 경쟁사의 꼬리 자르기식 행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적용하면 같은 행위가 또 반복될 것이다. 이는 K 방산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국가 안보 위협을 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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