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오른다 싶으니...쌍용C&E, 상폐 노린다

최대주주 한앤코, 잔여지분 전체 공개매수
소액주주 “실적·배당 좋은 저평가 주식 상폐로 손해”
IB업계 “상폐 후 M&A 전망…한앤코 8년 만에 엑시트할 듯”
“시멘트 업계 재편 시 가격협상력 강화될 것”

김나경 승인 2024.02.28 15:23 | 최종 수정 2024.02.28 15:29 의견 0

국내 1위 시멘트 업체 쌍용C&E가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자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저평가되던 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주주환원이 늘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대주주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돌연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에 나선 것이다. 설상가상 회사가 1분기 배당 결정마저 번복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와 최대주주 한앤코는 지난 5일부터 내달 6일까지 쌍용C&E 지분 20.1%(1억25만4756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쌍용C&E가 4785만7142주를 우선 매수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최대주주인 한앤코가 매수한다. 공개매수가는 7000원으로 총 매입 규모는 약 7018억원이다. 지난 5일 기준 한앤코의 쌍용C&E 지분율은 79.9%다.

쌍용C&E는 공개매수 목적을 ‘상장폐지’라 밝히며 “쌍용C&E 잔여주식 전부를 취득하여 쌍용C&E를 한앤코의 완전자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자들이 본 공개매수를 통해 혹은 후속 취득이나 현금교부형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대상회사의 잔여 주식을 전부 취득하게 되는 경우 상장폐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C&E 동해공장내 친환경 설비. (사진=쌍용C&E)

갑작스러운 상폐 예고에 소액주주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소액주주는 “최근 시멘트 업계 실적은 사상 최고치다. 성신양회의 경우 배당이 200원에서 350원으로 75% 늘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시멘트 업종 주식은 더 오를 것이다. 실적이 좋고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지만 저평가되고 있는 섹터다. 시멘트 주식이 최고로 유리할 때 그 열매를 사모펀드가 다 먹겠다고 주주들을 내쫓는다”고 말했다.

쌍용C&E는 지난해 매출 1조9552억원이라는 준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치솟자 202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유연탄 가격이 2022년 3월부터 급격히 하락하면서 차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누적 시멘트 가격 인상 폭은 40%에 달한다.

주주환원에도 성실하다. 쌍용C&E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당성향 성향은 172.9%에 이른다.

이에 반해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률(PER)은 1.9배, 17.3배에 불과해 저평가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하자 쌍용C&E는 1분기 배당을 취소하는 등 초강수를 두는 모습이다.

쌍용C&E는 지난 7일 1분기 배당을 하겠다고 공시한 뒤, 15일 돌연 배당을 취소하겠다고 번복했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쌍용C&E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공시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거래소에서 벌점을 부과받고 일정 수준의 벌점이 쌓이면 거래정지 등 불이익을 받지만, 이미 자진 상폐 절차를 밟고 있어 타격을 받지 않는다.

사모펀드(PEF) 한앤코는 2012년 쌍용C&E 지분을 처음 확보한 이후 몇 차례 매각에 실패하며 본의 아니게 쌍용C&E를 장기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코는 쌍용C&E 밸류업을 위해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대한슬래그를 쌍용C&E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며 주력 사업인 시멘트 위조로 사업을 개편했다.

IB업계는 한앤코가 쌍용C&E를 상장폐지 한 후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8년간의 장기보유로 한앤코의 투자금 회수가 늦어졌다. 쌍용C&E의 대외적 환경과 주가 변동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높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앤코의 엑시트가 진행된다면, '가격협상력 강화에 따른 실적 개선 지속'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며 "향후 분할매각으로 여러 회사에 인수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를 통해 4개 사로 업계가 재편될 경우, 가격협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회사들은 여러 차례의 출혈을 겪은 후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상황이므로, 과거처럼 가격경쟁으로 인한 실수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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