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될 예정이다. 당장 발표되는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이번 발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부의 노력의 끝은 아닐 것이다.
이번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다듬어 나가야 하며, 시장참여자들도 일회성 테마로 접근하기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기업의 PBR이 낮은 것은 ROE가 낮기 때문이라는 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ROE가 낮은 이유는 자기자본이 비대하기 때문인데, 이는 주주환원율이 낮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은 현금이 자본에 쌓이며 과도한 비영업자산을 형성하고 있다. 과도한 현금 규모나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등이 단적이 예다.
기업의 지배주주들은 배당을 통해 기업의 현금을 소수주주들과 나누고 싶지 않아 하며, 많은 경우 회사를 승계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ROE가 낮아져 주가가 저평가 되면 오히려 주가 기준으로 결정되는 상속증여세가 절감된다.
과도한 비영업자산이 ROE를 낮추고 저평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저평가 해소 방안은 비영업자산의 주주환원이다. 따라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장 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상장사들이 비영업자산을 주주환원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공시를 통해 비영업자산 활용 계획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투자 및 주주환원 등 자본배분 정책에 대해 밝혀야 하며, 회사의 비영업자산 규모 및 산출 상세근거를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현금 중 영업에 필요한 현금과 유휴현금을 수치로 구분하여 공시하고, 비영업부동산 보유 현황 및 상세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 현금흐름(FCF) 예상 수치 및 자본지출(Capex) 현황 및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향후 3~5개년 FCF, 유지 자본지출(Maintenance Capex), 성장 자본지출(Growth Capex) 규모 및 산출근거를 제시하여 FCF 및 Capex 추정치를 감안한 회사의 현금 등 비영업자산 사용 계획을 공시하게끔 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여 비영업자산 주주환원 계획(규모, 시기, 방법 등)을 공시하게 하면 ROE 개선 계획을 투자자들이 명확히 알 수 있다.
둘째, 지배주주에게는 회사의 상장사 지위가 상속증여세 절감을 위한 일종의 혜택으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지배주주의 인센티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행 세제나 제도 하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중요한 것은 밸류업 계획 이행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기업 이사들 개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국내 의결권자문사(한국ESG기준원 등)의 이사선임 권고 기준에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반영하게 하면, 이사들의 참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도입되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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