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삼성전자·테슬라 추월한 현대차

작년 영업익 15조..삼성전자 제치고 국내1위
영업이익률 9.3%..테슬라 추월
고급차·인도시장 약진 두드러져
신용등급 최고등급 복귀 전망
트럼프 재집권시 IRA 혜택 폐지·축소 예상
"선진시장 판매 확대 및 적극적 주주환원 필요"

박소연 승인 2024.01.30 09:52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14년간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를 독식했던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4%, 54.0%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14년 간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6조5400억원)도 제쳤다.

​영업이익률도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9.3%로 전년 대비 2.4%p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9.2%)의 영업이익률을 넘어서는 수치다. ​

​최대 실적 달성은 북미·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판매가 견조하게 성장했고, 고가 차량 중심으로 제품군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수익성이 좋은 차량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성공해 질적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대수는 2022년 20만8000여대에서 작년 22만여대로 증가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37% 이상 증가한 69만5000대를 기록했다. ​SUV 차급은 작년 현대차 전체 판매 대수(421만7000여대)의 53.9%에 달했다. ​

​글로벌 빅3 완성차그룹 입지 역시 다졌다는 평가다. 도요타는 지난해 총 1075만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같은 기간 총924만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해 2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730만4282대로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급 실적에 주가도 반응했다. 29일 현대차는 19만5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실적을 발표한 25일 이후 주가가 6.59% 상승했다.

​29일 기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41조 3756억원으로 코스피 6위를 기록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현대차의 연결기준 사업부문은 차량부문, 금융부문, 기타부문으로 나눠진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기준 차량부문이 79.9%, 기타 부문이 6.3% 비중을 차지했다.

​차량부문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제조 및 판매, 차량정비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부문은 ​차량할부금융 및 결제대행업무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기타 부문은 철도차량 제작 등의 사업을 운영 중이다.

​차량부문은 지난해 인도시장과 친환경차에서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보다 9.4% 늘어난 60만5000여대를 판매했다. ​주요 시장인 서유럽(53만4000대), 유럽권역(63만6000대) 수준으로 비중이 올랐다. 인도 내에서 현대차·기아는 현지 브랜드와 시장 점유율 2위를 다투고 있다.

​친환경차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를 선보이면서 친환경차 전환을 본격화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량 목표를 작년보다 높게 잡았다. 올해 연간 판매량을 전년보다 0.6% 높인 424만대로 설정했다. 영업이익률은 8.0%∼9.0%를 목표로 세웠다.

​올해 투자계획과 관련해선 차종수 증가, 미국 조지아 신공장 건설 본격화 등을 위해 연구개발(R&D) 분야 4조9000억원, 설비투자에 5조6000억원, 전략투자에 1조9000억원 등 모두 12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자금 여력은 어때?

현대차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9조16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1% 축소된 규모다.

​회사는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차입금 축소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급 실적에 현대차는 국내 및 글로벌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현대차의 신용등급(AA+)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연내 등급 상향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현대차는 5년 만에 최고 등급인 'AAA'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와 기아 신용등급(BBB+)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현대차는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3인 대표체제를 담당하고 있다. ​정의선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정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사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으로 소속을 옮겼다. 이듬해 현대차로 이동해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과 고객가치담당, HR 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소 기술을 가지고 모빌리티 회사를 한 단계 뛰어넘는 영역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연간 수소 소비량을 지난해 1만3000t에서 2025년 300만t까지 늘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중 20%가량이 완성차 공장과 제철업체 등에서 사용되는 현대차그룹 자체 수요로 추정된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국산 광물을 사용해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제조 때 특정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면 외국우려단체(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을 현재 2%에서 10%로 높여달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IRA 지급 조건을 강화하면서 올해부터 FEOC와 연관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면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FEOC와 연관이 있는 곳에서 생산된 광물로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도 보조금을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달 1일 미국 정부는 세부 규정안을 발표하며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다. ​

​현대차는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와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며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국내 생산해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는 지난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미국 현지생산 전기차들의 출시가 예정돼, IRA 보조금 지급에 따른 판매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연간 3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 기준으로 건설하고 있다. ​

올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해서 IRA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운 현대차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선수 한 마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70배(동일업종 3.8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6배를 기록했다. ​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믹스·평균판매가격(ASP) 개선, 재료비 하락 등은 긍정적이지만, 환율 하락과 글로벌 산업수요 둔화 및 경쟁 심화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성장세 둔화에 따라 물량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간 가이던스 기준 믹스 개선 및 ASP 상승 통한 목표 달성 위해서는 결국 SUV 및 고부가가치 사양 수요가 많은 선진 시장 중심 판매 확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의미있는 주가 상승을 위해선 추가적인 실적 개선, 금리 안정화 및 이머징 경기 회복,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이 필요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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