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의 이례적 자사주 소각을 보는 시선

전체 주식 22.5% 소각 전격 결의 
“주주가치 제고” vs “상장폐지 수순”

김혜원 승인 2024.01.18 17:21 의견 0

동원그룹 주력회사인 동업산업의 이례적인 대규모 자사주 매각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16일 서울시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보통주 1046만770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22.5%를 한꺼번에 없애는 이례적 결정이다.

이를 결의한 동원산업 이사회는 김남정 부회장, 박문서 사장, 민은홍 부사장, 박상진 전무 등 사내이사 4명과김주원 전 카카오뱅크 부회장, 김종필 율우 변호사, 윤종록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진형혜 법무법인 지엘 변호사, 민승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동원산업의 소각 예정 금액은 이날 종가 기준 약 3290억원 규모다. 소각 기준일은 5월2일이다. 주식 소각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는 4648만2665주에서 3602만1895주로 감소하게 된다.

반면,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대폭 높아진다.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46.4%에서 59.9%로, 전체 주식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16.7%에서 21.5%로, 동원육영재단은 3.4%에서 4.4%로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동원산업은 지난해 8월 전체 발행주식 수의 7% 규모인 자사주 350만 주를 소각했다. 당시 잔여 자사주를 향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동원산업은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적극 제고하기 위해 잔여 주식 전량을 일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이 발행주식 총수의 20%가 넘는 주식을 한 번에 소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회사측은 부인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법상 자진상폐기준인 95%에 육박하고 있다”며 “향후 지분율 및 지배구조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원산업은 2022년 합병 과정에서 비상장 최종지주사인 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을 불공정한 비율로 결정해 소액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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