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이 날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윤석열 정부가 총선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쏟아진다.
시작은 지난 11월 공매도 전격 금지다. 개인 투자자의 환심을 일시적으로 얻을지 몰라도 이는 엄연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배치된다. 주가가 심각하게 꺾이던 시기도 아니었다.
“정부의 변덕스러운 조처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상장 주식에 대해 양도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에서 ‘50억원 이상 보유’로 크게 높였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지역 가입자 건강보험료 경감, 최대 290만명 채무 연체 기록 삭제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31년 전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라고 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딱히 변화가 없다. 각 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국정안정론을 여전히 앞서고 있다. 각 종 증시부양책 발표에도 코스피 지수는 연초부터 쉴 새 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하루 걸러 하나씩 선심성 정책을 내놓은 것을 생각하면 대통령실로서는 아쉬울 법도, 억울할 법도 하다. 한동훈이라는 보수의 미래 자산까지 당겨 썼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돌아보면 87년 민주화 이후 경제나 민생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 했던 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뉴타운'이 서울 판세를 흔들었던 2008년 18대 총선 정도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구호는 유독 우리 선거판에서 큰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우리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능력보다 도덕성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 아닐까.
보수 진영에서도 '김건희 리스크'를 총선의 최대 복병으로 꼽는데 정작 여당 내부는 조용하다.
유일하게 '김건희 리스크'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했던 것은 지난 8일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유일하다.
김 위원은 “70% 특검 찬성 여론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 그 자체라기보다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당이 국민 우려를 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 위원은 지난 15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매일 새로운 증거라고 내놓는 것이라고는 유출 경로도 불분명한 수년 전에 검경 등에 의해 작성된 자료를 한 줄 한 줄 되새김한 선정적 보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낸 종합의견서를 뉴스티파가 확보해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22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조국흑서'의 히어로마저 입을 닫는 것을 보면 총선까지 '김건희 리스크'란 금기어가 봉인해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것은 집권당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하지만 변죽만 울려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온 국민이 답을 알고 있고, 사방에서 힌트를 주는데 대통령실만 킬러문항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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