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축구팬이 축구팀에 투자할 수 있을까?

김민재 이적한 뮌헨은, 독일의 비상장지만
유벤투스·라치오 등은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
뉴욕에 상장된 맨유, PBR 27배에 달해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 AC 밀란 인수 후 매각

주주칼럼 승인 2023.07.27 13:23 | 최종 수정 2023.07.27 13:25 의견 0

지난주 한국을 달군 가장 큰 스포츠 뉴스는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 소식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고의 명문팀 중 하나다.

투자자 입장에서 바이에른 뮌헨 주식회사의 소유 구조를 살펴보면, 바이에른 뮌헨 멤버십 축구 클럽 FC Bayern München E.V.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아디다스, 아우디, 알리안츠가 각 8.3%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다. 바이에른 뮌헨 외에도 대부분의 축구팀이 비상장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팀 중에 상장 기업은 런던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 외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축구팀인 유벤투스, 라치오는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되어 있고, 독일 축구팀 도르트문트는 독일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따라서 축구팬이 본인이 응원하는 축구팀의 주주가 되는 기회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다만, 박지성으로 인해 한국에도 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은 뉴욕 증시 등에서 주식을 매수해서 주주가 될 수 있다.

그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축구팀은 매출과 이익이 어디서 발생하며,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할까? 축구팀의 매출은 기본적으로 기업 스폰서십(선수 유니폼에 스폰서 기업의 로고가 들어간다), 선수들 유니폼 등의 판매 매출 등의 상품/광고 매출과 경기 방송 중계권 매출, 경기장 입장권 및 경기장에서의 음식료, 상품 판매 매출 등으로 이루어진다. 밸류에이션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이익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DCF, PER, EV/EBITDA 멀티플 등으로 이루어진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의 최근 시가총액은 약 36억달러로 한화로 약 4조원 정도 된다. 매출은 약 8000~9000억원 정도 되고, 최근 3개년 정도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고 있는데, 4조원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3월말 기준, 과거 12개월 EV/EBITDA는 34배, PBR은 27배다. PBR 1배가 안되는 기업이 넘쳐나는 한국 투자자들이 보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명성만큼이나 주식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유명한 투자자들 중에도 스포츠 팬이 많은데, 삼성과 현대차를 상대로 한 행동주의 투자로 잘 알려진 엘리엇의 창업자 폴 싱어 역시 엄청난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 행동주의를 할 때 엘리엇은 폴 싱어가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2002년 한국 월드컵을 관람한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엘리엇이 미국 기업 아르코닉(Arconic)을 상대로 행동주의를 할 때는 아르코닉의 CEO가 폴 싱어의 사생활을 캐 협박 또는 경고 목적의 편지와 우편물을 폴 싱어에게 보냈는데, 그 안에는 폴 싱어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보러 가서 술에 취해 분수 안에 들어가 춤을 췄다는 내용과 함께 축구공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 CEO는 이 편지가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되어 결국 사임했다.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2002 FIFA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을 응원하는 모습 [사진=엘리엇 매니지먼트 제공]

폴 싱어는 단순한 축구 사랑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의 명문 축구 구단인 AC밀란을 2018년에 인수했다가 2022년에 'RedBird Capital Partners'라는 투자사에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또다른 헤지펀드 거물인 스티브 코헨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 메츠를 2020년에 24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여 소유하고 있다. 폴 싱어나 스티브 코헨과 같은 수조원대의 자산가는 유명 스포츠 구단의 지배주주 지분을 인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스포츠팀 중에 상장된 기업은 없기 때문에 스포츠팀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유벤투스, NBA 팀 뉴욕 닉스를 소유한 매디슨스퀘어가든(MSG)과 같은 기업을 분석해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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