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력 수수방관...포스코 ESG, 등급 강등 유력

직원 A씨, 동료 4명을 특수유사강간·성추행·성희롱 혐의로 고소
사측 성폭력 사건 인지 후에도 적극적인 조치 안해
겉핥기식 ESG 경영 도마...한샘 전례 따라 등급 강등 유력

박소연 승인 2022.06.24 15:03 의견 0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성폭력 파문이 발생한 가운데 포스코의 ESG 경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다니는 피해 직원 A씨는 지난 7일 상사 B씨를 특수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회식 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한 혐의로 직원 1명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50여 명이 근무하는 포스코의 한 부서에서 유일한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같은 건물에 사는 포항제철소 같은 부서 남자 선임 직원이 술을 먹고 집으로 찾아와 뇌진탕이 걸릴 정도로 때린 데 이어 성폭력까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3년간 지속적으로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과 추행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피고소인들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가 상사 B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경찰 조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 성폭력 사건 발생에도..사측 대처 미흡

이번 포스코 성폭력 파문의 문제점은 포스코의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피해 직원 A씨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감사부서인 정도경영실에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후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에 그쳤으며, 이후 A씨는 '별일 아닌 일로 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으로 지목돼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

또한 올해 2월 다른 부서로 옮겼으나 2개월여 만에 원래 보직으로 복귀했다. 이후 약 한 달만인 지난달 29일 같은 사택에 살고 있던 상사 B씨로부터 성폭행당했다.

사측은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이후 10여 일 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 사택을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제철소장,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피해 사실 관련 이메일을 발송했지만,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사측이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포스코의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ESG 등급 하락 예상...보여주기식 비판도

​최근 포스코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의 ESG 경영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는 그동안 ESG 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이번 달 보도된 포스코의 ESG 관련 보도자료만 수건에 달하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글로벌 서밋' 국제컨퍼런스에서 "ESG 경영 및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ESG 행보로 포스코는 최근 ESG 관련 국내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ESG 평가기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는 지난해 포스코의 ESG 등급을 통합 A로 평가했다.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모든 핵심 지표를 준수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성폭력 파문은 ESG의 S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관련 지표의 하락이 예상된다. 2017년 한샘은 사내 성폭행 사건으로 KCSG의 ESG 등급 평가에서 그해 S 부문 C등급을 받았다.

이번 사내 성폭력 사안에 대한 사측의 미온적인 대처로 포스코의 ESG 경영이 겉핥기식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ESG에서 G 및 S 부문과 연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회사 내부적으로 예방 및 가해자들에게 강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해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의 기본적인 가치 철학은 기업 윤리다. 기업이 ESG 경영을 내세우면서 이와 같은 성폭력 사건이 내부적으로 발생한다면 기업이 추진한 ESG 경영이 허울, 보여주기, 요식행위로 비칠 수 있다. ESG 경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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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은 일대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명이 지속해서 관여한 것으로 볼 때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조직관리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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