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년만에 다시 찾은 쿠팡 물류센터...근무환경은 여전히 '미흡'

안전·업무교육 신규 도입
대형화재 불구 소방 안전은 취약

박소연 승인 2021.08.18 16:13 | 최종 수정 2021.08.18 16:14 의견 0
국내 한 물류 센터 내부 전경 <사진=픽사베이>

지난 13~14일 이틀에 걸쳐 서울 장지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1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장지 쿠팡 물류센터는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이 근접해 있어 수도권에서 단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다. 기자가 지원한 주간팀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서울복합물류 A~F동 중 장지 쿠팡 물류센터가 위치한 E동에 도착한 순간부터 업무 투입까지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쿠팡에서 일용직 근무를 하기 위해선 자체 어플리케이션인 쿠펀치 설치가 필수다. 쿠펀치 앱으로 체온측정과 출근 체크를 하고, 휴대전화를 사물함에 보관한 후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5년 전 장지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이력이 있지만, 신규 지원자로 분류돼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교육장'으로 보내졌다. 교육은 약 1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작업 환경 5년 전과 비교해보니..

교육은 크게 안전 교육과 업무 교육으로 구성됐다. 지게차 사고 등 작업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한 영상을 시청한 후, 실습을 통해 개인 안전 수칙을 몸에 익히는 교육을 받았다.

이후 업무 교육이 이뤄졌다. 기자가 맡은 업무는 '출고'였​다. 출고 작업은 크게 '피킹(Picking)'과 '포장(Packing)'으로 구분된다. 피킹은 PDA(개인용 단말기)가 할당한 대로 카트(cart·수레)를 끌고 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 토트(tote·적재 용기)에 담는 업무다.​​

현장에 배치되기 전 직원의 감독 아래 신규 근무자 한 명씩 돌아가며 업무를 실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별다른 교육 없이 출근 후 바로 현장에 배치돼 기존 근로자에게 업무 요령을 전수받던 5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다만, 소방 교육은 미흡했다. 물류센터 양쪽으로 출입구가 있다는 설명뿐, 화재나 비상 상황 시 대피 요령 혹은 소화기나 비상구의 위치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 6월 쿠팡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다. 물류센터는 내부에 적재물과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가연성 물질이 많은 만큼 화재에 취약하다.

휴대전화도 반납한 상황에서 넓은 물류센터에서 화재 발생 시 근로자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여러 개선사항에도.. 여전히 열악한 작업환경

5년만에 방문한 쿠팡 물류센터는 일일 근로자를 '사원님'이라 칭하며 존댓말을 사용했다. 근로자에 대한 폭언 등 물류센터에서 항상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문제들이 많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여러 가지로 개선된 면이 보였지만, 작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주말 동안 용돈벌이로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는 40대 A 씨는 "어느 정도 힘든 부분을 감안하고 왔음에도, 작업장이 너무 더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에어컨이 없는 고온의 환경에서 일했다. 대형 선풍기가 설치돼 있지만, 넓은 물류센터의 공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근로자들은 쿠팡 측에서 제공되는 얼음물과 식염포도당으로 30도가 넘는 고온을 버티며 작업했다.

알려진 것처럼 화장실 가거나 물을 마시는데 제재를 받진 않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혼자 쉴 순 없는 노릇이었다. PDA에는 늘 '긴급 피킹 건입니다. 신속히 작업해주세요'라는 글귀가 근로자를 압박했고, 점심시간 50분과 쉬는 시간 20분을 제외하곤 쉬지 않고 업무를 해야 했다.

물류센터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냉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법정 의무 규정도 없는 데다 천장이 높고 개방돼 있어 에어컨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처음 한다는 대학생 B 씨는 "로켓 배송이 어떻게 빨리 오는지 궁금했는데 결국 사람이 빨리 물건을 피킹하고 포장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집으로 배송이 오는 로켓배송의 혁신은 결국 현장 근로자들의 노동으로부터 나온다. 쿠팡이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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