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법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DB하이텍의 자사주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DB하이텍은 전체 발행주식의 5.04% 규모인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투자, 직원 복지 등에 골고루 사용하기로 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자사주 222만주를 활용해 1267억원의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교환가격은 기준 주가에 10% 할증률을 적용한 주당 5만6562원으로 결정됐다.
DB하이텍은 조달한 자금으로 충북의 음성의 상우공장 클린룸 확장 및 유틸리티 공사 등에 100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 투자에도 250억원을 투입한다.
DB하이텍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나선 것은 국회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재무적 활용 가치가 완전히 없어지지만, EB를 발행하면 투자와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오해를 살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듯 DB하이텍은 주주가치 제고 및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밝혔다.
DB하이텍은 내년까지 148만6000주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1차로 이달 말까지 89만4000주를 소각하고, 나머지 59만200주는 내년 중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소각할 예정이다.
EB발행(222만주)과 소각(148만6000주) 후 남는 44만주의 자사주는 종업원 보상 및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에 활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자사주 소각과 임직원 보상을 겸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처리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