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기업으로 전락했던 대한조선이 기업공개(IPO) 대박을 꿈꾸고 있다. 산업은행 관리 시절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와오션)으로부터 위탁경영을 받기도 했던 대한조선은 새 주인을 맞은 후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중형조선사로 거듭났다.
대한조선은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IPO 간담회를 가졌다.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조선은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후 오는 21일 확정 공모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4만2000~5만원이며, 공모가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1조6181억~1조9263억원이다.
1000만주인 공모주 물량 중 신주모집이 800만주, 대주주 KHI가 내놓은 구주매출이 200만주다. 공모가 하단 기준 3325억원을 조달할 계획으로, 이 가운데 절반은 채무상환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8월1일이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22%(848만주)다. 상장 후 6개월 뒤에는 2대 주주인 안다H자산운용(AH프로젝트일반사모투자 신탁제10호신탁)의 보호 예수가 풀린다. 안다H자산운용이 보유한 주식은 959만302주다.
1987년 설립된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셔틀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을 건조하는 중형 조선사다. 전라남도 해남에 연간 12척의 배를 생산할 수 있는 조선소를 갖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으며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전락했고, 옛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받는 신세가 됐다.
2022년 국내 투자회사인 KHI가 새 주인이 된 후에는 실적이 좋아지며 재도약을 꿈꾸고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746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32%, 340%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4.7%로, 국내 조선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왕 대표는 "해외 선사들은 선박을 20년 이상 운용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보는데, 대한조선의 배는 연료 소모량이 적은 데다 유지보수 수요도 적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대한조선이 IPO 대박을 꿈꾸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호조를 보이던 조선업이 침체기를 들어서고 있는 점은 악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신조선 수주가 늘어나고, 선가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주가 줄고, 선가도 떨어지고 있다”며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