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가 2029년 2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해저케이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는 11조원 규모의 서해안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당진해저케이블 2공장(이하 해저2공장) 1단계 건설에 4972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연내 착공 예정인 해저2공장 1단계는 640kV급 HVDC(초고압직류송전) 및 400kV급 HVAC(초고압교류송전)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전용 공장이다. 초고압 케이블 생산의 핵심 설비인 VCV(수직연속압출) 시스템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추게 된다.

1단계 공장 가동은 2027년 목표이며,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2단계 공장 투자는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대한전선 해저2공장 부지는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 내 해저1공장과 맞닿은 곳으로, 면적은 약 21만5000㎡(축구장 30개 규모)에 달한다.

대한전선 당진해저케이블 2공장 조감도. [사진=대한전선]

공장이 가동되면 해저1공장 대비 약 5배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케이블공장과 솔루션공장 및 해저1, 2공장 등 대한전선의 국내 모든 생산 인프라가 당진에 집적되어 인적 · 물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송종민 대한전선 부회장은 “해저2공장 건설 추진을 통해 HVDC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본격화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 준비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2년 약 6조원에서 2029년에는 2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은 슈퍼그리드(국가간 전력망 연결) 및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확대에 따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S전선도 이날 강원도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 내 5동을 준공하고,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다.

해저 5동에는 VCV(수직연속압출시스템) 라인이 추가돼 해저케이블의 생산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크게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VCV는 수백 km급 장거리 고전압 케이블 생산에 필수 설비로, 절연 품질과 전기적 안정성을 좌우하는 시설이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하고,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고 16일 밝혔다. [사진=LS전선]

HVDC 케이블 시장은 해상풍력 확산과 장거리 송전 수요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기술 난이도와 대규모 인프라가 요구돼 공급 가능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LS전선을 포함해 유럽·일본의 소수 업체에 불과하다는 게 LS전선의 설명이다.

특히 장거리 HVDC 시공에는 1만톤급 이상의 전용 포설선이 필수로, 생산과 시공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HVDC 케이블 시장은 2030년까지 약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설비 확충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도 LS마린솔루션과 공동 참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