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하 SKT)이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설명회를 열고 추가 고객 보호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태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SKT는 2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시행 ▲원활한 유심 교체 위한 재고 확보 방안 ▲해외 여행객을 위한 공항 유심 교체 지원 확대 ▲로밍 시에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2.0 등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SKT는 늦어도 오는 5일부터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모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심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빨리 유심을 교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유심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T월드 매장은 신규 고객 상담을 중단하고 내방 고객의 유심 교체 업무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또 이 기간 발생한 매장 영업 손실에 대해서는 SKT가 보전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 판매대리점이나 온라인상으론 SKT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유영상 SKT 사장은 "판매점은 SKT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규 판매를 막는 것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고객 추가 보호 방안 설명회에서 SKT 임원진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KT는 이날부터 모든 고객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이용약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회사는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불법복제한 유심을 다른 단말기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사실상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무료 부가 서비스다.
현재까지 총 1442만명의 SKT 고객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완료했다. 남은 약850만명 고객에 대해서는 오는 14일까지 시스템 용량에 따라 하루 최대 120만명씩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 처리할 계획이다.
자동 가입 대상은 침해 사고 이후 아직까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유심을 교체하지 않은 고객이다. 이 중 75세 이상 어르신 및 장애인 고객을 우선 가입시킬 예정이다. S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와도 자동 가입을 협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심 교체와 관련한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유심 재고 확보와 신속한 공급에 나선다. 5월과 6월 각각 500만장씩, 총 1000만장의 유심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공급하고 7월 이후에도 추가 확보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유심 제조사와 생산 확대 및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핫라인(Hot-line)을 구축하고, 주요 유심 제조사 경영층과는 정기적인 대면 미팅도 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칩셋 제조사에도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확보된 유심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즉시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유영상 사장은 "유심은 반도체를 구입해서 유심공급업체들이 하드웨어를 제조하고 소프트웨어를 탑재해서 납품하는 형태다. 1년에 500만장 정도가 대한민국 수요다"며 "SKT는 사고 이후 주문을 빠르게 했음에도 배송 기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된다. 7월에도 필요가 있을시 더 주문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객을 위한 특별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이번 연휴 기간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인 고객의 원활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는 6일까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내 로밍 센터 내 좌석수를 두 배로, 업무 처리 용량을 세배로 확대 운영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오늘(2일)부터 면세구역 내에도 11석을 추가로 신설해 고객의 편의를 돕는다. 또 본사직원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유심 교체 업무를 돕는 등 서비스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SKT는 해외 로밍 고객들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2.0’도 준비를 거쳐 오는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유심보호서비스2.0은 온라인·모바일 T월드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이미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별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SKT는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알려진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SKT는 유심을 복제해도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 문자, 앱을 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심은 망과 연동되는 부분과 물리적인 메모리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 사고로 유출된 정보는 망과 연동되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유심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와 계좌정보는 담겨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유출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복제된 폰으로 이용자 몰래 통화나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도 해명했다. 유심서비스와 FDS(이상징후 탐지 시스템)로 차단하기 때문에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심보호서비스는 유심교체와 동일한 효과의 보안 장치이기 때문에, 결국 유심칩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SKT는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설명회를 열고 고객 추가 보호 조치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서버가 해킹 당한 것이면 유심을 교체해도 소용없지 않냐는 오해에 대해 유심과 관련된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에 유심을 교체하거나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 인증과 이번 침해사고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거래은행 앱에서 추가적인 보안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유심 재고가 도착했다는 스미싱 문자에는 주의를 요했다. 현재까지 SKT는 유심 재고 도착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고, 해당 문자 발송시에는 114 발신번호와 인증마크를 활용해 보낼 계획이다.
유영상 사장은 "이번 사태 때문에 스미싱 문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검찰청 및 관계기관과 같이 스미싱을 경고하는 내용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복제폰에서 SKT서버에 저장된 에이닷 음성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에이닷 서버와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가입자 해지 위약금 면제 요구와 관련해서도 검토 중이다. 유영상 사장은 "위약금 면제는 복잡한 문제"라며 "여러가지 종합적인 검토를 거치고 있다. 시기에 대해선 특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처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유영상 사장은 "당황스러운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투명하게 대처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사죄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