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간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끝에 결국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25.4%가 제한됐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된 이사 선임 투표 결과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유지하며 경영권 방어에 사실상 성공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번 주종의 주요 안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안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등 총 7개 의안이다.

고려아연 노조는 영풍·MKB가 경영을 확보하면 국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업이 흔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정기 주총이 열린 호텔 입구에는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절대 고려아연을 제2의 홈플러스로 만들 수 없다', '고려아연 경영참여를 철회하라'와 같이 영풍·MBK파트너스를 반대하는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고려아연 노조는 영풍·MKB가 경영을 확보하면 국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업이 흔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시에 열릴 예정이던 주총은 2시간 30분간 지연됐다.

이와 관련 영풍·MBK는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내부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다시 작출하기 위해 주주총회 개회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영풍정밀 등 내부자로부터 페이퍼컴퍼니인 SMH로 주식을 양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이 제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검사인 참관하에 확인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해당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길어졌다"고 반박했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지난해 말 기준 영풍·MBK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40.97%로 최 회장 측 34.35%보다 많다.

하지만 최 회장이 자신의 우호세력이 가진 영풍 지분 10.3%를 호주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홀딩스, SMH에 넘기면서 일종의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해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의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따라서 영풍이 가진 25.4%가 의결권을 잃고 영풍·MBK는 15.57% 지분의 의결권만 행사했다.

이와 관련 영풍·MBK는 지난 17일 의결권 인정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27일 법원은 영풍의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가처분을 기각했다.

반면 영풍은 지난 27일 진행된 주총에서 1주당 0.04주의 배당을 결의해 SMH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리며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

SMH는 주총 직전 장외에서 영풍 주식 1350주를 매수하며 지분율을 다시 10.3%로 끌어올려 상호주 관계를 재형성했다.

주주총회는 의안 심의가 시작하기 전부터 MBK·영풍, 고려아연 최 회장 각각 양측을 지지하는 주주들의 질의가 오갔다.

영풍 대리인 측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있었지만 항소 등을 포함해서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SMH는 어제 주식 배당으로 인해 영풍 지분 10% 이상을 초과해서 취득하고 있지 못하다. 영풍 주식을 언제 취득했는지,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여부를 명백히 밝혀달라"며 "영풍 쪽에서 10% 초과 통지와 관련된 어떤 증빙도 받지 못했다는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발언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또한 SMH로부터 잔고 증명서, 거래 내역서 등을 포함한 주식 취득 통지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전 주총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제2-1호 의안인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다. 이 안건은 이사회의 최대 인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안건 심의 중 한 주주는 "이사회는 회사 정책 결정 기관으로 중요한 안건이 생길때마다 수시로 모여서 회의를 소집하고 심의하는 중요한 기구로 신속성과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수 상한을 제한하지 않고 영풍·MBK에서 제안하는대로 17명이 이사진이 되면 이사회가 20~30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렇게 많은 이사회는 우리나라에 없다. 고려아연 자산이 15조인데 400조가 넘는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도 9명이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제3호 의안은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가결해 이번 주총에서부터 적용된다.

총 22명의 후보자 중 8명의 이사를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함으로써 주주들은 보유 주식 수의 8배를 곱한 숫자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가령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3호 의안에 대해 80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중 특정 후보자에게 몰표를 줄수 있고, 각각의 후보자에게 나눠서 행사할 수도 있다.

안건 투표 결과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 중 사내이사 박기덕(고려아연 사장), 사외이사 권순범·김보영·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정다미가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진은 사외이사 권광석·기타비상무이사 강성두(영풍 사장)·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도 선임됐다.

고려아연 기존 이사회는 최 회장 측 5명, 영풍 측 1명 구도였다. 신임 이사들까지 포함해 10대4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사실상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영풍·MBK가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과 관련 항소 뜻을 밝히면서 법적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