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시 강남구 섬유센터빌딩에서 개최된 DI동일 제8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태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기자)
DI동일의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감사보다 대주주 측의 의결권이 더 많이 행사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근 감사로는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김종태 회계사가 선임됐다.
DI동일이 28일 서울시 강남구 섬유센터빌딩에서 제8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가결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정관 변경의 건인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장 관련 변경의 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의 건 ▲전자투표제 도입의 건 등이다. 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사내이사 서태원·손재선·손수용 ▲사외이사 김형종·송원자·이상국이 선임됐다.
이날 주주연대 측이 반대의견을 밝혔던 ▲감사위원회 설치의 건(이사회 제안)은 찬성 주식 수 847만 4480주(발행주식 수 54.64%, 출석주식 수 44.2%)로 특별결의 의결 정족수를 미달해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설치의 건이 부결되며 제4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제5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으며, 상임감사로는 주주제안으로 안건에 상정된 김종태 회계사가 선임됐다.
주주제안 관련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했던 신민석 주주는 이날 “현재 DI동일에 감사위원회 설치는 시기상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 역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설치는 꼼수로 판단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회사는 2019년도 라코스테와의 연결, 별도 회계처리 기준도 제대로 하지 못해 과징금을 받았다. 정원재단에 96억원을 대여한 점, 2022년도에 동일시스템알루미늄에 대해 880억원 매출 과다 계산을 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감사위원회가 아니라 매일 출근해서 숫자를 확인할 수 있는 상근감사가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김종태 회계사는 18년동안 회계업무만 한 인물로, 감사의 역할을 충분히 할 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주주연대 대표는 “감사위원회 설치의 진의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회사는 투명성을 제고한다면서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집중투표제는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서태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 후 <주주경제신문>의 질문에 “집중투표제는 아직 적용된 회사가 많지 않아, 법률적 검토를 거쳐 반대가 회사에 더 좋은 결정이라는 입장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이 고용한 의결권 수거업체에 대한 불만도 공론화됐다.
주주연대 대표는 “이번 주총을 진행하면서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의결권 수거에 대해 말하고 싶다”며 “주총을 앞두고 회사가 고용한 로코모티브가 상식에서 벗어난 의결권 수거 행위를 해 주주들이 엄청난 불편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말 밤 10시, 11시 아이들이 다 자는 시간에 의결권 수거업체에서 찾아와 벨을 눌렀다. 또 주말 아침에 공동현관문을 열고 집 앞에 찾아와 벨을 누르고, 대답이 없으면 집 앞에서 10분 넘게 버티며 계속해서 벨을 누르며 위함감을 조성했다”며 “선물을 주는 상황에 대한 녹화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평범한 직장인인 소액주주의 직장에 여러 번 찾아와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대주주냐, 일하지 않고 주식 하냐’는 질책을 하기도 했다. 생계가 걸린 직장에 막무가내로 여러 번 찾아오면, 엄청난 스트레스다”며 “불과 몇 달 전 임시주총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태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전에 교육을 했고 지속적으로 자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