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투자"라며 제철소 설립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생산능력 확대, 제철소 건설, 미국 기업과의 신기술 협업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소폭 상승했지만, 현대제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 로고 [사진=현대차]
▲자동차 생산 늘리고 제철소 건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올해 HMGMA(30만대)를 완공해 미국에서 현재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생산능력을 20만대 늘려 총 50만대로 확대한다. 또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 기아와 동반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를 집행한다.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한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의 자동차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가 집행된다. 자율주행, 로봇, AI, 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슈퍼널(Supernal), 모셔널 (Motional)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관세 우려 완화..트럼프, “관세 부과되지 않을 것”
현대차그룹의 대규모의 투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이번 발표로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해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들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이 관세압박으로 자신이 얻어낸 성과임을 주장했다”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자체가 관세 압박의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자동차는 전거래일보다 3.29% 오른 2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도 2.13% 오른 10만800원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6.95% 급락한 2만7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