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SK해운을 인수할 경우 몸값이 높아져 매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SK해운 일부 자산 인수 등과 관련해 지난달 1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수 거래 금액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중순까지 실사를 마칠 예정이다.

SK해운의 모회사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8년 SK해운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노후 선박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SK해운의 주요 사업 영역은 탱커선(원유선·석유제품선), 가스선(LNG·LPG), 벌크선 등이다. 이번 HMM의 인수대상에서 LNG 운반선 부문은 제외됐다. HMM은 2014년 현대상선 LNG사업부 매각 당시 겸업 금지 조항을 맺은 바 있다. 이 조항은 2029년 말까지 유지된다.

HMM이 SK해운 인수에 나선 배경은 사업 구조 및 수익 구조 다변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HMM의 매출에서 컨테이너 사업 비중은 현재 85%에 달한다. 컨테이너 사업은 운임 변동성이 크고 글로벌 경기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벌크선은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낸다. 원유, LPG,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는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운송 수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HMM의 벌크선 비중은 15%에 그친다. 과거 경영난을 겪을 때 벌크선 사업 부문을 매각해 왔기 때문이다. HMM은 현재 벌크선 36척 수준에서 2030년 110척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SK해운을 인수해도 HMM의 글로벌 선사 순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글로벌 선사 순위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을 인수할 충분한 재무적 여력을 갖추고 있다. HMM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세 번째 호실적이다. 현금성·단기 금융자산은 14조원에 이른다.

현재 업계에서는 HMM의 몸값을 10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수 후보군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SK해운까지 인수할 경우 몸값이 더 높아져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HMM이 SK해운을 인수할 경우 HMM을 살 만한 기업도 별로 없어지고 또 살 만한 매력도 오히려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구 회장은 "HMM 자체의 덩치를 키워 버리면 나중에 해운 시황이 어려워졌을 때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부채 비율이 20%도 되지 않는 초우량 기업 HMM이 약 6조원의 부채를 가진 SK해운을 인수할 경우, 오히려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며 "시급한 것은 HMM의 민간 매각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앤컴퍼니가 이 시점에 SK해운을 매각하려는 의도를 알아야 한다. 지금이 매각의 최적 타이밍이고 투자자로서 엑시트 타이밍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