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품목 중 자동차에 대해 25%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둔 현대·기아차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약 25% 인상할 방침이라고 지난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4월2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구체적인 관세율을 제시하고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와 비슷한 수준을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수출한 자동차(약 278만대) 중 미국 수출 물량은 143만대로 절반이 넘는다. 따라서 해당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수출 자동차 절반 이상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한국산업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6~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조6000억~5조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현대차]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총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내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HMMA),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을 보유하고 있다 HMMA에선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 투싼, 싼타크루즈 등 생산하고, HMGMA에선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연간 판매의 60% 수준이다. 나머지는 한국, 멕시코 등지에서 관세를 감당하고 미국에 수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자동차 기업들에는 면세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국가별로 관세를 면제할지, 기업별로 혜택을 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고 해도 관세 타격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정부 당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 투자를 결정했지만, 완공까지 3년 가량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