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업계의 양대 산맥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지난해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농심은 수익성이 하락했음에도 배당을 유지하며 배당성향이 증가한 반면, 삼양식품은 실적 상승에 힘입어 배당을 대폭 인상했지만, 이익 증가 폭에 미치지 못하면서 배당성향이 오히려 감소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3조4387억원, 영업이익 1631억원, 당기순이익 15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8%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1%, 8.1% 감소했다.
농심은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으나, 내수시장 소비 둔화로 인해 판촉비 부담이 확대되고, 환율 상승으로 인해 재료비가 증가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 3442억원, 당기순이익 272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02%, 133.36%, 115.09% 증가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3000억 원을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은 "지속적인 해외 매출 증가에 따라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로 꾸준히 성장한 삼양식품은 오뚜기를 제치고 국내 라면 업계 빅2 자리를 확고히 했다. 2016년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된 이후 8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반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농심은 내수시장 소비 둔화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특히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지난해 삼양식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양식품은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배당도 대폭 인상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으로 주당 3300원, 총배당금 246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 2100원, 157억원 대비 57% 넘게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농심은 지난해 연간 배당으로 주당 5000원, 총배당금 289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3개년 연속 동일한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농심은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유지하면서 연결배당성향이 2023년 16.82%에서 지난해 18.34%로 상승했다. 20%에 근접한 셈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배당을 크게 인상했음에도 이익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배당성향이 같은 기간 12.40%에서 9.04%로 하락하며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자본적 지출(CAPEX) 등을 고려해 현 배당을 결정했다"며 "주주환원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논의가 되고 있고 배당액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2022년부터 주당 4000원에서 5000원으로 배당을 증액시킨 이후 이 금액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 악화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배당 규모를 유지하면서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법인을 상반기 내로 운영을 할 예정이며, 녹산 수출 전용 공장도 올해 상반기 내로 착공해서 내년에 가동을 할 계획"이라며 "해외 사업 성장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을 하면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