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삼성생명 주가가 10여일 만에 30% 가까이 치솟았다. 이 회사 종가는 지난달 24일 8만1200원에서 전일(17일) 10만3600원으로 27.59% 상승했다. (사진=네이버증권)
삼성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생명법’ 재발의로 ‘금산분리’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 이슈 모두 삼성생명의 주주환원을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산분리’라는 오래된 숙제를 다시 부여받게 됐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지난 17일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현행 보험법은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기 위해(금산분리) 그 보유금액이 보험회사의 총자산 3%(혹은 자기자본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은 이때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한도를 현행 평가방법인 취득 당시 가격(취득원가)이 아닌 현재 가격(시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삼성생명은 지난 12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 8.44%(5억390만484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가로 따지면 17일 종가(주당 5만6000원)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의 8.9%에 이른다.
‘삼성생명법’이 입법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최소 5%p 이상 매각해야 한다. 지분 매각에 따라 대량의 현금을 확보하면, 배당 가능 이익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미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약 499만 주를 처분해 2337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상태다.
한편 지난 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또한번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상속 작업에 속도가 붙으며,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19.06%)→삼성물산(19.34%)→삼성생명(8.44%)→삼성전자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물산(19.34%) 외 이재용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의 개인 지분율이 19.09%에 이른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확보를 위해 삼성생명의 주주환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약 19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대주주 일가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회에 걸쳐 매년 약 2조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약 4조원의 추가 납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44%, 자기주식 비중은 10%에 달하는 삼성생명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시장에서 순책임준비금 기준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삼성그룹 소속의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다. 삼성 계열사로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건강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상품과 전속설계사 조직 중심으로 영업 경쟁력을 키웠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에서 건강보험 비중은 62%다. 또한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 2023년 12월 2만4259명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2만7854명으로 3595명 늘었다.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자산 비중은 4% 수준으로 매우 낮으나,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등 관계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해 관계사 배당 이익 규모 등에 따른 투자이익 변동성이 있다.
금리하락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금융당국의 가정 변경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난해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이 대폭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은 2023년 말 219%에서 지난해 9월 말 193.5%로 25.5%포인트 떨어졌다.
킥스비율은 삼성화재의 자회사 편입과 함께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말 기준 킥스비율은 265.0%(잠정)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은 각각 24조5000억원, 9조2000억원이다.
업계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 20%를 보유할 시,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이 약 5%포인트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14.98%다.
◆ 자금 여력은 어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0조9370억원, 당기순이익 2조2603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대비 9.2%, 11.1% 증가한 수치다.
삼성생명은 2024 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4500원을 결의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8081억원이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홍원학 삼상생명 대표. (사진=삼성생명)
홍원학 사장은 지난해 3월 삼성생명 대표이사에 올랐다.
1964년 생으로 용산공업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삼성생명 공채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경영전략팀 상무를 맡았다.
2011년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인사팀 상무와 전무, 특화영업본부장(전무), 전략영업본부장(부사장), FC영업1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홍원학이 삼성화재 대표이사였던 지난 2023년 최대실적인 연결기준 순익 1조8216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홍원학은 같은 해 12월 1일 삼성생명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되며, 첫 사회생활 장소였던 삼성생명에 구원투수로 금의환향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보면, 삼성생명 순이익은 9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9% 쪼그라들었다.
유배당연금 관련 손실부담계약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계속적인 기대여명 증가가 가정변경이 반영되며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3개년에 걸쳐 매년 3000억원 후반대 규모의 손실부담계약비용 발생을 추정에 반영한다”며 “배당성향 상향에도 불구하고 주당배당금(DPS)이 기대치 5000원 내외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 선수 한 마디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지분법 적용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지분율은 14.98%지만, 삼성화재의 보유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지분율은 16.93%”라며 “만약 삼성화재의 주주환원에 자사주 매입·소각이 포함되면 더 높은 수준(30%포인트 가정 시 4년 뒤 2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삼성화재의 이익이 지분법 이익으로 삼성생명의 이익에 반영되며, 배당재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분율 16.93%, 배당성향 50%, 기존 배당금 수익 1350억원 제외를 기준으로 주당배당금은 661원 증가한다. 만약 같은 조건에서 지분율 20.0%를 기준으로 하면, 주당배당금은 850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