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R1’이 세계 AI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딥시크의 R1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AI 산업의 판도를 흔들었다.
특히 이 모델은 저사양 GPU를 사용하고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단 600만달러(약 78억원) 이하의 비용으로 개발된 점이 충격을 주었다. 기존 AI 모델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온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딥시크발 충격으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6.97%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무려 846조원 증발했다. 이는 뉴욕증시에서 단일 기업이 기록한 하루 최대 시총 감소로, 엔비디아의 고가 AI 칩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딥시크가 약 78억원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반면, 미국 기업들은 수백억에서 수십조원의 비용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딥시크 쇼크가 지나간 뒤 28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는 반등했다. 나스닥 지수는 2% 상승하며 전날의 낙폭을 일부 회복했고, 엔비디아도 8.82% 상승하며 시가총액 3조달러대를 다시 회복했다. 주요 기술주도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월가에서는 여전히 AI 산업의 장기적 전망을 낙관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억만장자 마크 큐반은 딥시크 쇼크 이후 기술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신중함을 당부했다. 그는 "빅테크 조정 장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공격적인 저가 매수보다는 현금 보유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큐반은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비용과 관련된 정보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성급한 결정을 경계했다.
그는 또한 딥시크의 혁신이 중소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큐반은 "이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기술주 투자에 있어 신중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비용 효율성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다만 지나친 회의론은 과도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의 166달러(약 24만원)에서 152달러(약 22만원)로 낮추면서도 '비중확대' 등급은 유지했다.
모건스탠리의 조지프 무어는 "딥시크의 AI 혁신은 추가적인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이어지거나 (기업들의) 비용 지출 열기를 낮출 수 있다"며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레이모 렌쇼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서 딥시크가 가져온 잠재적 이점과 단점의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며 "적은 비용으로 생성형 AI 채택이 더 쉬워진다면 이는 AI가 소프트웨어 세계에 더 빠르고 넓게 확산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