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MBK가 단기 '먹튀'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PE와 행동주의 펀드를 향한 의도적 곡해와 왜곡
한국 주가지수는 왜 만년 제자리인지 고민해야

김선엽 승인 2025.01.14 14:31 의견 0

고려아연 사태에서 MBK를 단기 '먹튀' 투기자본이라고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행동주의펀드 운용자로서 이런 주장을 마주할 때마다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그들의 주장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1. PE, 행동주의 펀드는 정말 단기투자자인가?

단기와 장기의 기준조차 애매하지만, 단기투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보통 초단타투자, 데이트레이딩을 예로 드는 점을 보면, 2~3년 이상의 투자는 장기투자로 분류해도 될 듯 하다. PE는 보통 10년 이상의 펀드 라이프를 가지고 있고 그 기간 안에 투자와 회수를 한다. 최근에는 컨티뉴에이션펀드를 통해 거의 영구적으로 기업을 소유하는 케이스도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도 보통 이사, 감사 선임 및 수차례의 주총을 거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년 이상 투자한다. 아마도, PE나 행동주의 펀드가 연기금 등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에서 가장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주체일 것이다.

그러나 지배주주 측이 행동주의 펀드나 PE를 공격하는 대표적 포인트가 단기 먹튀 투자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와는 다른 허수아비 때리기 공격이다. 이러한 억울한 공격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칼 아이칸 같은 투자자도 그런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서, 아예 메모를 들고 다니며 본인이 십수년간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목록을 읊는다.

물론 PE나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주주처럼 수십년간 또는 대를 이어 영원히 투자하지는 않는다. 지배주주는 기업을 본인 소유물로 여겨 승계를 하려 하기 때문에 당연히 수십년 이상 주식을 소유하는데, 펀드는 펀드 수명이 있고 승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배주주보다 투자기간이 짧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연기금도 규모가 커서 거의 모든 주식을 초장기로 소유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장기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다. PE나 행동주의 펀드에게 주식을 영원히 소유하지 않는다고 단기투자자라고 할 수는 없다.

2. 배당,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면 단기투자자인가?

펀드에 대한 대표적 공격포인트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는 관심 없고 배당, 자사주 매입과 같은 단기투자수익만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해치면서 주주환원을 하라고 요구하는 펀드는 거의 없다. 사업에 쓰이는 공장부지 팔고 기계장치 팔고 임직원 해고해서 주주환원 하라고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본 적이 없다.

기업과 자본시장, 국가경제가 장기적 성장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서다. 투자도 안하고 주주에게 돌려주지도 않고 그냥 깔고 앉아있는 유휴자산이 너무 많아서다. 그러면 기업의 자본수익성이 낮아지고 주가는 하락하고 지배주주는 싸게 기업을 승계한다. 여기서는 세금 덜 내는 지배주주를 제외하면 모두가 불행하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렇게 놀고 있는 자산을 주주한테 돌려줘서 더 생산적인 곳에 분배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전혀 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 전체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리고 주주환원은 단기투자자의 요구가 아니라 반대로 장기투자를 위한 기초다. 은행이 예금이자를 안 주면서 은행의 장기 성장을 위한 것이니 단기 먹튀 예금주들은 이자를 요구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회사가 직원한테 급여를 안 주면서 싫으면 퇴사하라(싫으면 주식 팔고 나가)고 하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자본의 요구수익률만큼 주주환원을 하든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은 경영진의 의무다. 그런데 배당도 안 하고 주가도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뭐 먹고 사나? 장기투자가 가능한가? 그 반대다.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장기투자가 힘든 이유는 주주환원을 극히 안하기 때문이다. 장기투자 문화가 없다고 얘기하면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을 단기투자자로 치부하는 건 앞뒤가 뒤바뀐 얘기다.

3. 단기투자자는 필요 없는가?

주식시장은 자본을 투자자들끼리 거래하라고 만든 것이다. 시장에 주식을 팔지 않고 사서 영원히 보유만 하는 초장기 투자자만 있다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장은 필요없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각자의 니즈와 투자전략에 따라 단기투자도 하고 장기투자도 하는 게 시장의 본연의 모습이다. 단기투자라고 무조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색안경이다.

4. 행동주의 펀드나 PE가 G만 강조하는 나머지 E와 S는 무시하고 장기적 기업가치를 훼손하나?

그 어떤 행동주의 펀드도 E와 S를 훼손하라고 요구하는 펀드는 없다. E와 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잘 될 수가 없다. 현재의 기업가치는 미래 가치의 현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E와 S를 소홀히 하면 현재 주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행동주의 펀드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다. 기업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장기적, 지속적으로 높이면 고용 창출이 되고 S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과가 도출된다. 폐수를 무단 방류한다든지 산업재해를 낸다든지 하는 건 불법행위로 엄정하게 다스려야 할 기초적인 문제일 뿐이다. 펀드가 단기 수익을 위해 그런 행위를 한다면 ESG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불법일 뿐이다.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에만 골몰하면서 기업이 적자를 내면서까지 장기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취급한다면, 적자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대개 적자 성장주에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한다. 투자자들은 결코 장기 성장을 저해하는 단기 수익에 높은 밸류를 부여하지 않는다.

일부 PE가 실패한 경영 사례를 놓고 PE가 기업과 경제를 망친다고 하는 것은 편협한 이야기다. 어떤 기업이든 경영자든 당연히 실패하는 사례는 나온다. PE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경영에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실패하는 사례도 있다. PE업계의 전반적인 수익률과 PE가 경영하지 않는 기업들의 TSR을 비교해 보면 각국의 연기금들을 주요 투자자로 두고 있는 PE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면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5. 한국의 지배주주들은 정말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나?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10년 전, 30년 전보다 주가가 높고 주가지수도 크게 올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30년 전 시총 상위 종목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으며, 주가지수는 만년 제자리다. 10년, 30년이면 충분히 장기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기간 아닌가? 100년 정도는 기다려줘야 하나?

대부분의 경우 장기적 성장을 들먹이는 것은 진정한 장기적 성장을 추구한다기보다 “우리 아무것도 안 하고 내 맘대로 할거야”와 다름없다. 장기적 성과는 단기적 효율적 의사결정의 결과물일 뿐이다.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가 30년동안 경영진을 믿고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월별로, 분기별로 성과를 강요하지 말라는 얘기지, 연단위, 3년, 5년 단위 정도로는 당연히 성과를 측정하고 모니터해야 한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김형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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