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계엄사태에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줄줄이 파란불을 띄우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정치 테마주에 몰리며 코스피는 2400선을 유지 중이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몇 달간 단기적인 주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1시 25분 기준 2451.09포인트로 직전거래일 대비 1.94% 하락한 상태다.
전날 밤 10시 30분경부터 6시간 동안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가 오늘 증권시장을 정상 운영하기로하면서 폭락 사태가 우려됐지만, 이날 오전 코스피는 대체로 1~2%대로 하락하며 2400선을 지켰다.
계엄령이 조기 해제됐으며,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결과로 해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 테마주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이날 낮 12시 28분 현재 개인투자자는 318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정공(29.97%), 수산아이앤티(29.99%), 에이텍(29.99%), 에이텍모빌리티(29.95%), 이스타코(29.88%) 등은 상한가 가까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동훈 테마주도 일제히 급등했다. 대상홀딩스(27.43%), 대상홀딩스우(29.98%), 오파스넷(29.88%), 태양금속(28.60%), 태양금속우(29.89%) 등이 강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관련주인 토탈소프트(29.86%), 화천기계(17.74%), 화천기공(1.90%) 등도 상승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테마주인 PN풍년(13.35%), 코메론(2.15%) 등도 오름세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계속되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줄줄이 파란불을 띄웠다. 외국인 투자자는 4068억원을 순매도한 상황이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상승세를 유지 중인 기업은 SK하이닉스(0.06%), 고려아연(4.80%), 카카오(6.98%), HD현대중공업(1.88%), KT&G(1.22%), HD현대일렉트릭(1.13%), KT(0.62%), 카카오뱅크(2.13%), KODEX CD금리액티브(0.01%), HD현대마린솔루션(2.86%), TIGER미국S&P500(0.95%), 엔씨소프트(1.05%), LIG넥스원(1.72%), 삼양식품(2.61%), KODEX KORF금리액티브(0.01%), TIGER 미국나스닥100(1.41%), 카카오페이(11.71%), 효성중공업(1.18%) 등 단 18곳이다.
국내외 증권가는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월스트릿저널에서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 증권 아시아 거시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계엄령 선언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상황”이라며 “국내 정세와 트럼프 2.0이 명확해질 때까지 한국 자산이 앞으로 몇 달간 저조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가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는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적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 펀드 등의 고객들의 자금이탈 우려가 상존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인 펀더멘털 이슈가 아닌 만큼 중장기적인 레벨다운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농협투자증권 역시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이슈가 빠르게 해소됐다는 점에서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비상계엄이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는 제한적인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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