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자회사 중복상장...거래소·금감원 벽 뚫을까

자회사, 국내 첫 FDA 승인 항암제 개발
소액주주 “주총서 중복상장 막을 것”
거래소·금감원의 밸류업 기조 반해

김나경 승인 2024.10.28 23:46 의견 0
(사진=오스코텍)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의 중복 상장을 추진한다. 국내 첫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항암제인 ‘렉라자’를 개발한 곳이다. 중복상장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반하는 행동으로 여기지는 만큼, 주주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의 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 자회사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주관사를 맡았으며, 공모 예정 주식 수는 630만 주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4922만8386주다.

제노스코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했다. 지난 4월 나이스 평가정보와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두 곳으로부터 각각 기술평가 ‘AA등급’을 받으며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은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다. 전문평가기관에서 기술평가 ‘A등급’ 이상의 평가결과를 받으면 상장심사 요건 중 이익요건(경상이익 시현·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 5% 이상)을 면제받을 수 있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이 신약개발을 위해 지난 2008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자회사다. 올 6월 말 기준 오스코텍이 지분 69.2%를 보유하고 있다.

제노스코가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 미국명 라즈클루즈)’은 올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았다. 레이저티닙을 통해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수령할 기술수출 금액은 총 5억달러(약 6920억원)에 이른다.

모회사인 오스코텍의 이사진도 화려하다. 사외이사로 경제 관료인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두고 있다.

오스코텍 주가는 제노스코 상장 추진 소식 이후인 지난 22일 이후 6 거래일만에 3만9600원(21일 종가)에서 2만9200원(28일 종가)로 26.26% 하락했다. (사진=네이버 증권)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신약 개발에 성공한 자회사의 중복 상장을 반대한다.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총회를 통해 자회사 상장을 저지하고자, 주주명부열람신청을 준비 중이다.

28일 오후 2시 40분 기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에 모인 오스코텍 소액주주 지분은 7.50%다.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0.48% 수준이었으나, 자회사 제노스코의 예비심사 청구 소식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15배 이상으로 불었다.

자회사 상장은 최근 밸류업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도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상장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는 상장예비심사신청서와 첨부서류 등을 검토해 상장예비심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예비심사 소요 기간은 통상 45영업일 이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요건에는) 재무내용 등 형식적 요건 외에도, 투자자 보호 및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인정 등 ‘질적 요건’을 심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으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넘어야 한다. 공시를 관할하는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8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두산그룹을 압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정정신고서에 ▲의사결정 과정·내용 ▲ 분할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 요구사항 등을 담도록 지시하며, 합병이 정말 필요한 결정이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수장이 나서 직접 밸류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5월 '인베스트: K-파이낸스 뉴욕 IR'에서 "중복상장을 통해 수익은 동일한데 발행 주식 수가 증가하면 결국은 밸류(기업가치)를 다운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필요하면 원칙에 따라 과감히 퇴출하고 쪼개기 상장도 정책당국과 논의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쪼개기 상장 등 과거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진지하게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라든지 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입법안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어 22대 국회가 출범하기 전 가능한 지배구조 개선정책 방향을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오스코텍은 자회사 상장 배경에 대한 <주주경제신문>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