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베팅했는데...HL만도 자율주행 빨간불

中 아이모션, 그룹의 자율주행 주요 R&D네트워크
美, 中 자율주행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금지 예정
HL그룹, 아이모션 지분 매각 고민

김나경 승인 2024.10.30 14:22 | 최종 수정 2024.10.30 14:23 의견 0
(사진=HL그룹)

HL그룹의 자율주행(AD)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자율주행 시스템 기업 아이모션(iMotion, 知行科技)에 투자했는데 미국의 대 중국 견제 기조에 아이모션과의 협력 환경이 악화됐다.

올 3분기에는 아이모션 주가 폭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이 인식돼 그룹 순이익이 적자전환되기도 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만도는 올 3분기 당기순손실 약 49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1717억원, 824억원이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5%, 1.2% 증가했다.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중국 자율주행 기업의 주가하락이 적자를 유발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모션의 주가 하락으로 1377억원의 금융자산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1분기 대규모 수익을 인식한 이후, 2분기 연속 손실이 발생했다”며 “본업에 비해 그 규모와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점이 문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HL만도는 해당 지분을 매각 혹은 유지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아이모션 주가 추이. (사진=investing.com)

아이모션 주가는 지난해 12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올해 4월 122.2홍콩달러(2만1748원)까지 상승했지만,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 심화로 지난 29일(현지시간, 종가기준) 25.1(4467원)홍콩달러로 폭락했다. 반년 만에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했다. 또한 미국은 오는 2027~2030년에 걸쳐 커넥티드·자율주행 차량에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내달 5일 있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정당인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 중국 견제 기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자동차기술 학회(SAE)의 자율주행기술 발전 6단계. (사진=KDI한국개발연구원)

문제는 아이모션이 HL그룹의 자율주행 관련 중요 파트너라는 점이다. 협력관계를 끊는다면 그룹의 자율주행 사업 관련 타격이 예상된다.

아이모션은 지난 2016년 중국에 설립된 자율주행 시스템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차량에 동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된 고급 도메인 컨트롤러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HL그룹은 지난 2022년 HL클레무브를 통해 아이모션과 전략적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HL클레무브는 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자회사로 지난 2021년 말 설립됐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자율주행을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솔루션 및 차량 전동화에 필요한 자동차 전자 부품의 설계·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HL클레무브가 제조에 성공한 카메라와 레이더, 제어기 등은 현재 운전자 보조 단계인 레벨 2 수준이다.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3에 해당하는 제품은 아직 개발 중이다.

아이모션 외 HL그룹의 자율주행 관련 연구개발 네트워크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SW캠퍼스(Campus) 정도다. 정확히는 자율주행이라기보다 소프트웨어(SW) 관련 네트워크다.

HL만도는 올 1월 아마존 웹 서비스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자동차(SDV)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아마존 웹 서비스를 활용해 운전 중 고장 예방(PHM), 도로 상태 탐지(RSP) 등 마이코사(Mando integrated Control Software Assembly)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한편, HL그룹 관계자는 “현재 아이모션 지분 매각과 관련돼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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