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리아 캐피탈 마켓 콘퍼런스 2024’(이하 KCMC2024)가 개최됐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정책 방향을 설명함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반면, 한국상장사협의회는 기업 입장에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정책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보고서가 너무 많으며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는 비판이 있다”며 “당초 보고서를 통합하는 부분을 고민했다. 이 부분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 당국과 계속 이야기해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하지만 어떠한 부분은 법정 의무 공시가 있고 어떤 부분은 기업이 독립적으로 공시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한 가지로 통합할 때 또 다른 문제가 걱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미래사업본부 상무는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처음 발표한 게 2월이라 (3개월 만인 5월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밸류업) 지수를 9월에 발표했다”며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과 관련된 공시를 준비하는 기간은 약 4개월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 바람에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는 시점에 12개 기업만 밸류업 공시를 발표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가 늘어나고 있다.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향후 어떻게 할지 로드맵도 있다. 향후 밸류업 지수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는 좀비기업 퇴출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부연 상무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늘고 있다. 올 초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해외투자가) 50% 늘었다. 기본적으로 AI(인공지능) 주도 빅테크 위주로 미국 자본시장의 주가가 좋아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기업도 (이제) 국내가 아닌 해외 기업과 투자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본시장 규모 대비 상장사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시총은 우리나라보다 25배나 높은 반면, 미국 상장기업 수는 우리나라보다 2.5배 더 많은데 그친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 상장사가 많으며 한번 들어오면(상장되면) 퇴출하기 어렵다. 거래소는 이러한 좀비기업의 퇴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이러한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에 불만을 표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정부에서) 주가를 부양하고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기대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자본시장도 살아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 및 규제 강화로 기울고 있다. 썩 반갑지 않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기업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상법개정까지 한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투자자의 반응은 해외와 국내가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는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지만, 국내 대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말을 아꼈다.
믹소 다스(Mixo Das)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Asia Equity Strategist)는 “최근 3~4년간의 외국인 투자자 동향은 메모리의 다운 사이클과 연관됐다. 최근 몇 주간은 안정화된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가 나간 것(매도한 것)이 바닥을 친 것이다. 3~4분기 밸류업이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보이면 주가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지수 관련 펀드를) 정말 살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별도의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