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주가로 말한다] ‘무해지보험 해지율 복병’ 한화손보 나채범 대표

증권가 “새 보험회계제도에서 주주환원 기대감 제한적”
금융당국, 무해지보험 해지율에 칼날
CSM 5% 감소 전망

김나경 승인 2024.10.23 16:29 의견 0
한화손해보험 주가는 나채범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3월 22일 4450원에서 지난 23일 4940원으로 11.0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주가는 20만9000원에서 35만9000원으로 71.77% 상승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무·저해지환급형 보험 해지율에 칼날을 들이대자, 한화손해보험의 주주환원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선제적인 주주환원정책 발표와 여성보험시장 선점으로 상승을 이어가던 한화손해보험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앞서 지난 4월 한화손해보험은 선제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42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만 주 매입을 공시했으며, 2024~2026년 중장기 배당정책으로 보통주 주당 배당금을 연 10% 내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통주 주당배당금은 200원이다.

또한 경영목표로 지난해 말 기준 7조1000억원 수준인 ‘자기자본+보험계약마진(CSM)’ 규모를 오는 2027년 10조원까지 늘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해당 주주환원정책이 지난해부터 새로 적용된 보험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한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해약환급준비금으로 이전 보험회계제도(IFRS4) 기준보다 낮은 배당가능이익이 산출되고 있으며, 금리하락에 따른 포괄손익(OCI) 부담도 지속됨에 따라 양호한 이익이 주주에게 귀속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화생명이 보유한 우선주까지 감안하면 제도 개선 없이는 주주환원 기대감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발표한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산출 가정(안)’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돼, 배당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무·저해지 보험(이하 무해지 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보험을 해약할 시 환급금을 돌려받지 않는 보험이다.

보험계약자들은 같은 보험 혜택을 더욱 저렴한 보험료에 보장받는 대신,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보험료 납입 종료 후 보험을 해지할 때 일반보험보다 현저히 적은 환급금을 받거나 아예 환급금을 받지 못한다.

보험계약자가 무해지보험을 해약하면 환급금은 그대로 보험회사의 이익으로 남는다.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회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무해지보험 해지율을 높게 예측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금융당국은 이를 손보기 위해 기존 보험사들의 무해지보험 해지율보다 더 낮은 해지율을 적용한 가정안을 새로 배포했다.

현재 보험회사의 해지율 가정은 지난 2021년 금융감독원의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기준’에 따라 5년 차까지는 경험해지율을 적용한다. 무해지보험 판매 기간이 짧아 아직 경험해지율이 쌓이지 못한 5년 차 이상부터는 산업통계가 적용된다.

이에 일부 보험회사가 해지유보효과(납입완료 시점 직전 1~3년) 구간에만 해지율이 낮아지도록 했을 뿐, 전체적으로 높은 해지율을 적용해 CSM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새로 배포한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산출 가정(안)’은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전체적으로 보다 낮은 해지율을 적용했다.

업계는 새 가정안이 현실화 될 경우 보험사별로 5% 내외의 보유 CSM 잔액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새 가정안이 올 2분기에 적용될 시 예상되는 CSM 축소 규모는 주요 8개 보험회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에서만 4조원에 달한다.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한화손해보험)

나채범 대표는 지난 2023년 3월 한화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다. 임기는 내년 3월 22일까지다.

1965년생으로 영남대 법학과 학사 학위와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경북지역단장, 경영관리팀장, 개인지원팀장, CPC전략실장과 변화혁신추진TF팀장 등 영업현장과 지원부서에 두루 정통한 ‘한화맨’이다.

한화손해보험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한화생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경영혁신본부장을 맡았다.

한화손해보험 대표에 오른 후 한화손해보험을 ‘여성 전문 보험사’로 탈바꿈시켰다.

부임 후 3개월 만에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를 결합한 합성어인 'LIFEPLUS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했다. 펨테크연구소는 보다 나은 여성의 삶과 여성 건강을 위해 여성 관련 질병과 여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연구를 진행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연구를 바탕으로 한화손해보험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지난해 5만 명의 신규 여성고객을 영입했다. 이는 직전연도보다 75.3% 증가한 수다. 20~30대 여성 고객 가입 성장률만 7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성보험으로만 배타적 사용권 11종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신상품의 개발이익을 보호하고 상품 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을 차단하는 권리로 최대 12개월까지 부여된다.

이익 성장도 눈에 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전년대비 5.8% 증가한 순익 29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8% 늘었다.

한화손해보험 임원들은 직접 회사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책임경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채범 대표는 지난 2일 한화손해보험 주식 1만 주를 매입했다. 나 대표는 취임 후 한화손해보험 주식을 총 3차례 직접 매입했으며, 이에 따른 나 대표의 한화손해보험 지분은 0.02%(총 3만 주)다.

주요 임원진 25명도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한화손해보험 주식 약 14만 주를 직접 매입했다. 박성규 부사장은 올해 나 대표의 두 배 수준인 2만 주의 한화손해보험 주식을 개인 명의로 매입하기도 했다.

나채범 대표는 지난 5월 ‘2023 한화손해보험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올해도 여성 전문보험사로서 시장 내 경쟁우위를 확보하면서 고객들에게 진정한 보험의 가치를 전하는 탑티어(Top-tier) 보험사로 우뚝 서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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